매일신문

[결혼에 대하여] 다둥이집 가장 VS 딩크족…출산에 대한 생각, 이렇게 달랐다

자녀 갖지 않는 부부 매년 급증, 어느새 통계상 가장 흔한 유형
3남매 가장 "아이들 덕에 즐거움 늘어나… 넷째도 희망"
딩크족 "환경적 영향… 장·단점 있고 당사자 의사가 가장 중요"

3남매를 키우는 김찬근(42세·남) 씨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3남매를 키우는 김찬근(42세·남) 씨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박성현 기자

'결혼=출산' 공식은 옛말이 됐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2022년 초혼 신혼부부 81만5천357쌍 가운데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가 없는 부부가 23만4천66쌍으로 28.7%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유형이었다. 20·30대가 무자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인식은 2015년 27.7%에서 2020년 44.1%까지 오를 정도로 사회 분위기 변화가 뚜렷하다. 다자녀, 혹은 딩크족의 삶을 선택한 40·50대의 삶은 어떨까.

◆ '다자녀' 둔 덕분에 삶의 즐거움 훨씬 커져

대구 한 구청 공무원 김찬근(42세·남) 씨는 3남매를 키우고 있다. 아내와 대학교에서 만나 10년 연애 후 결혼한 그는 어릴 때부터 다복한 가정을 꿈꿔왔다. 외동이었던 김씨에 비해 늘 또래 형제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처가 식구들의 도움과 아내의 희생 덕에 3남매를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첫 아이가 생기면서 처가살이를 시작했는데, 장인·장모가 수시로 아이들을 돌봐줬기 때문이다. 아내가 다니던 은행도 최장 3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했다. 김씨는 막내아들이 2살이었던 2020년 처가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지금도 처가의 양육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김씨는 "출산 시 육아와 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느낄 것 같다. 우리는 아내가 휴직을 오래 하면서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처가와 함께 살아서 절약된 비용도 크다"며 "나 역시 장인, 장모를 그저 우리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니 처가살이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다면 넷째까지 출산을 염두에 둘 정도로 자녀를 많이 둔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삶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서로 양보와 배려를 몸에 익히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가사를 돕는 등 가정 속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찾아 해내고 있다.

김 씨는 정부의 출산 장려정책에 대해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양육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자녀가 커가면서 가중되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 "출산한 아이를 보면 부모로서 분명 드는 감정이 있다. 사람들이 출산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녀를 더 출산할수록 국가적인 혜택을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출산율의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딩크족' 최하늘(가명·56세·여) 씨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 김지효 기자

◆ 가정환경·경제상황, 딩크 결심하게 만들어

최하늘(가명·56세·여) 씨는 기혼 여성으로, 배우자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한 '딩크족'이다. 아이가 없는 삶에는 여러가지 상황이 영향을 미쳤고, 장·단점을 느낀다고 얘기했다.

그는 결혼 초기 직장을 다니다 이후 장기간 전업주부로 살았고, 5년 전 남편과 함께 개인사업에 뛰어들었다. 결혼을 '한 번은 할 만한 것'이라 칭했으나,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거나 결혼 적령기에 결혼해야 한다는 등의 사회적 시선에는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최씨는 '늙어 죽을 때까지 하는 자식 걱정'을 안 하게 된 것을 딩크의 장점으로 꼽았다. 인간사에서 가장 큰 고민을 덜었다는 것이다.

대신 아이 없는 부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아 마음을 다칠 수 있고, 부부 간 갈등이 생기면 오로지 둘만의 감정으로 부딪혀야 한다는 게 단점이라고 했다. 아이 없는 삶에 큰 불만이 없지만 최근 남편이 사업을 물려줄 후대가 없다는 사실을 조금 아쉬워한다고도 했다.

최씨는 부부가 자라온 가정환경과 결혼 당시의 경제적 상황이 선택에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풍족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항상 자식들에게 정성을 다한 부모님에 대한 부채감을 갖고 자랐다"며 "그러다 보니 결혼과 출산에 큰 뜻을 두지 않았는데, 남편도 가족 관계에서 아픔을 겪어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혼 당시 경제적 요인도 있었다. 최씨가 당시 다니던 은행이 'IMF사태' 속에 문을 닫았고, 사업을 하던 남편은 밀린 어음을 하나도 받지 못해 형편이 나빠졌다.

최씨 부모님이 결혼하면 자식 하나는 낳아야 한다고 성화여도 부부에게는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과 여유가 없었다.

최씨는 요즘 여성들이 결혼을 피하는 이유가 각종 사회적 관계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이라 진단했다. 아직까지도 결혼에 따라붙는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는 것.

"아직 결혼 후 출산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어서 이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도 늦춰지는 것 같다"며 "결혼과 출산 모두 스스로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존중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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