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권도 의료계도 '의료 정상화' 바라는 국민 마음 할퀸다

여야의정 협의체, 추석 전 출발 못해…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부터 막혀
의대생들 익명에 숨어 국민 비하 발언…정부, 경찰에 수사 의뢰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을 앞두고 '응급의료 대란'과 같은 국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에도 정치권과 의료계의 평행선 대치가 지속되고 있어 '대목 민심'이 양측 모두에게 싸늘하게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서 일부 의대생들이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감흥 없다" 등의 패륜 발언이 나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국민들이 최근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원래 추석 이전에 출범하기로 했지만 11일 현재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정부와 의료계에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부터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의 경질 문제까지 모두 협의체에서 다룰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의료계를 논의 구조에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즉각 여권내에서부터 반발을 샀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이 "9일부터 대학 수시 모집이 진행되고 있기에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도 수시 모집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정원을 수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선을 그은 것.

더불어민주당도 "2025년도 정원 조정 문제에 제한을 두는 건 의료계 참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므로 제한 없이 논의돼야 한다"며 이미 출발해 변화가 불가능한 내년도 입시 제도를 들먹이며 시간 벌이에 나섰다. 특히 이번 의료대란의 관련자 문책을 거듭 요구하며 사태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 들이려는데만 열중이다.

이 와중에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의 부당함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하려 노력하기는 커녕 익명에 숨어 국민을 향한 패륜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1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젊은 의사 중심의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일부 의대생들이 국민을 '견민', '개돼지', '조센징'이라고 칭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보건복지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의대생들은 '메디스태프'에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이라며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의대생은 "(개돼지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온몸이 마비되고,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여럿 쌓이고 쌓여야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고 말하거나 "나중에 의사가 되더라도 무조건 사회의 (복리)후생을 조져버리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그게 복수다"라고 말하는 의대생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의대생들의 글은 최근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과 함께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실명 등을 공개한 응급실 블랙리스트 공개 사건과 겹쳐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패륜 행태는 의료계 안에서조차 비판 받았다. 대구 시내 한 개원의는 "일부 의대생들이 자행하고 있는 일탈의 목소리는 오히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통한 의료계의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라며 "어떤 이유에서든지 국민을 폄훼하며 혐오하는 발언은 삼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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