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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같은 꿈, 같이 가는 가치 있는 길.

양승진 기자

지난 6일 카자흐스탄 알파라비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건물 4층에서 열린
지난 6일 카자흐스탄 알파라비 국립대학교 한국학과 건물 4층에서 열린 'K창 해외 1호점' 개관식과 도서 기증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경북도 제공
양승진 기자
양승진 기자

비슷하다. 아니 똑같은 점이 더 많다. 이역만리임에도 비슷한 생김새, 동일한 어순(語順), 웃어른을 섬기는 가족 문화까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틀림이 없다.

수 천 년 역사에서도 궤를 같이 했다. 패권을 자처하려던 한족(漢族)에 함께 맞섰다. 5~6세기 중원을 차지한 수·당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고구려는 돌궐과 손을 잡았다. 해동성국 발해의 건국과 성장에는 험준한 산맥을 넘어 당나라를 성가시게 한 돌궐 제국의 공이 컸다.

그곳을 일궈낸 이도 우리 선조들이다. 100여년 전 하루 아침에 수천km를 강제로 쫓겨 왔던 그들은 얼어붙은 땅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밤낮 없이 일 하면서도 자식을 공부 시켰다. 그 덕에 지금도 그 땅의 소수민족 중 으뜸은 단연 '고려인'이다.

'형제의 나라' 또는 '동포의 나라'인 중앙아시아 국가들 이야기다.

함께 한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992년 소련 해체 후 그들은 한국을 보며 부흥을 염원했다. 전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된 한국은 그들에게 좋은 롤모델이었다. 새마을 세계화 사업 등 각종 공적 원조는 그들에게도 '한국처럼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다.

젊은 세대들에게 시나브로 스며든 K콘텐츠들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영화를 보고, 한국 노래를 듣는다. 한국에선 철 지난 유행가는 한글을 쉽게 읽고 쓰게 해줬다. 드라마로 접한 한국의 음식과 복장은 그들의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 곳은 우리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인구는 나날이 줄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빠져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지면서 배움의 전당에는 신입생 구하기가 별 따기가 됐다. 지역의 기업들도 새로운 시장 개척이 시급했다. 위험 부담이 적은 익숙한 타지(他地)를 찾았는데, 바로 지척에 있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바쁜 일정을 쪼개 3일부터 10일까지 6박 8일 일정으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찾았다.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경북의 제품을 알리고 팔았다. 유력 정치인과 기업가를 만나 교류의 물꼬도 텄다. 대학생들에게는 그들의 말과 단어를 쓰면서 경북으로 유학을 오라고 호소했다.

익숙하지 않은 말과 글이었지만, 격식을 내려놓은 소통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한국처럼 살고 싶은 그들에게, 또 다양한 방법으로 인구 유입을 늘려는 경북은 서로 보완적 관계다. 자주 보면 정분이 나듯, 교류가 계속될 수록 협력의 질은 자연스레 우상향한다. 한국처럼 살고 싶은 그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인구를 늘리려는 경북은 상호보완적 관계에 서 있다. 같은 꿈을 꾸면, 가치 있는 걸음을 같이 할 수 있다.

당장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어도, 이번 방문을 계기로 경북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 선봉에 경북이 있었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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