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한 선비가 과거길에 올랐다. 어디서 요란한 까치 소리가 들렸다. 구렁이가 나무에 올라가 새끼 까치들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속수무책(束手無策)의 어미 까치는 숨넘어갈 듯 울기만 했다. 선비는 활을 쏴 구렁이를 죽여 까치들을 구해 줬다. 선비는 날이 저물자 산중(山中)의 어느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됐다. 역시 야밤의 외딴집은 위험했다. 구렁이(낮에 죽은 구렁이의 짝)가 잠든 선비를 꽁꽁 감아서 죽이려 했다. 그때 어디선가 종이 세 번 울렸다. 종소리에 놀란 구렁이는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선비는 종을 찾아갔다. 종의 주변에는 까치들이 죽어 있었다. 전날 선비의 은혜를 입은 까치들이 종을 들이받아 소리를 냈던 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이 '은혜 갚은 까치' 얘기를 소환(召喚)했다. 1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 수사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며 "바로 직전 대통령, 당신(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벼락 출세시켜 준 분을 어떻게 저렇게 보복 수사를 하냐"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재치 있는 말솜씨로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이젠 품격도 없고, 감도 떨어졌다.
'배은망덕(背恩忘德) 타령'은 민주당의 속내와 다름없다. 지난 3일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발언은 가관(可觀)이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음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배은망덕한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패륜(悖倫) 수사'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거기서 패륜이 왜 나오나. 지금이 왕조시대(王朝時代)인가.
윤 대통령은 은혜를 갚기 위해 검찰 수사를 중단시켜야 하나? 민주당이 생각하는 법치국가는 그런 것인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수사는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설령 현실이 그렇지 않다 해도 공당(公黨)과 정치인은 '법치'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은혜 갚는 까치'가 되라는 말은 정신 나간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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