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유튜브에서 채널 주인인 호스트가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유명한 게스트를 불러 진행하는 토크쇼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술'이다. 그 종류도 다양해 호스트와 게스트가 직접 조주에도 나선다. 평소보다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진솔한 속마음도 내비치자 다른 공간에 있는 시청자도 왠지 그 술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웃다가 울다가 하다보면 높은 조회수는 자동으로 따라온다. 이러한 음주를 소재로 한 '술방' 콘텐츠가 우후죽순 생겨나자 우려와 피로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유튜브의 매체 특성상, 학생들도 술에 대해 쉽게 호기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체로 방송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술들은 주류 브랜드의 유료 광고를 받아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음주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 젊은이들의 음주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이전처럼 늦은 시간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기보단, 맛있는 음식에 취하지 않을 정도로 한 두잔 곁들이거나 아예 금주를 선언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술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영단어 '소버(Sober)'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술 문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자신의 건강과 개인의 행복을 챙기면서 만족감을 얻는 성향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무리 즐거운 자리일지라도 다음날 숙취에 시달릴 바엔, 안 마시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내 모습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놀기보다 일찍 취침하는 Z세대가 늘면서 '소버'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일본의 젊은 층도 술을 기피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론조사 업체 빅로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20~24세 80%가 "일상에서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국내외로 술을 멀리하는 '소버' 트렌드를 미리 예견한 듯한 책이 발간됐다. 술은 미식의 관점에서 음식들과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되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있을 땐 적절한 음주는 긴장을 낮춰주고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해준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음주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마저 사회적으로 길들여지고 세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고 조목조목 반박에 나선다.
더 나아가 저자는 알코올 중독은 헤로인 같은 마약 중독과 같은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알코홀릭'이라는 단어로 알코올 중독자와 일반적인 약물 중독을 구분 짓는 용어 자체를 강하게 비판한다. 실제로 오늘날의 많은 음주와 관련된 사건·사고, 건강 문제를 고려하면 알코올 중독을 마약 중독과 동일 선상에 놓고 보는 저자의 시선이 충분히 이해된다.
이 책의 저자 제이슨 베일은 중독 치료 전문가이자 건강한 섭식, 중독 치료, 주스 요법에 관한 베스트셀러를 16권이나 펴냈다. 그런 그도 과거엔 하루에 맥주 9000cc 이상을 마셨던 술고래였다. 그로 인한 피부병과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고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도록 돕고 있다.
"술에서 자유로워지면 우리가 가진 이 소중한 삶의 모든 순간, 모든 부분, 모든 것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그것이 비음주자가 가진 크고 중요한 이점이다. 모든 상황을 맑은 정신으로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문 195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가 술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술이 당기지도 않고, 없다고 해서 박탈감을 느낄 필요도 없는 그런 상태다. 퇴근 후 마시는 술 한 잔에 편안하다 느끼겠지만,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건 술이 아닌 '일이 끝났다는 사실'이다. 변하는 것은 상황이지 알코올이 아니다. 지인들과의 즐거운 자리도 마찬가지다.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는 건 함께 하는 사람들에 달려있다. 금주를 결단했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12단계의 지침을 따른 후 자유를 얻어보라. 344쪽, 1만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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