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자 더 죽어야’ 용납 못 할 일부 의료인의 패륜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부가 의정(醫政) 갈등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며 '환자들이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미의 글들이 올라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수술 및 진료 지연 등으로 환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힘들게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블랙리스트'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나온 패륜(悖倫) 인식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최근 한 의료인 커뮤니티에 의료 공백(空白)으로 더 많은 국민이 죽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의사나 의대생 신분을 인증받아야 가입할 수 있는 이 커뮤니티에는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이후 사직(辭職)하지 않거나 복귀를 시도하는 전공의들을 겨냥한 '신상 털기'와 '조리돌림'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온라인 게시판에는 "다 죽어라. 너희들과 협의하는 단계는 지났다"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와 줬으면 하는 마음뿐" "조선인이 죽는 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등 선을 넘는 글들이 실렸다.

심지어 국민을 '개돼지' '조센징'이라고 비하(卑下)하는 글도 있다. "개돼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어라. 의사에게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야 의사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 "견민 개돼지들(국민에 대한 멸칭) 더 죽이면 이득" "조선 멸망하고 조선인들 다 죽는 거 보고 싶다" "내가 미친 건지, 조센징들이 미친 건지, 이완용도 이해가 간다" 등의 게시글은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국민들은 이런 사람들이 의사이거나 의사가 되려는 것은 끔찍한 현실이라고 비판한다. 많은 의료인들도 동료로서 부끄럽고, 환자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부는 해당 게시글을 확인하고 증거를 모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依賴)하기로 했다. 의료 공백이 7개월째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응급 환자의 사망률도 높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받은 '응급의료기관 종별 중증도(重症度) 분류 결과별 응급실 진료 결과'를 보면, 올해 1~7월 응급실을 찾은 환자 10만 명당 사망자 수는 66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3.7명)보다 13.5% 증가했다. 특히 경증(輕症) 환자의 사망률은 더 높다.

일부 의사들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패륜 인식은 의사 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反感)만 키울 뿐이다. 이는 의정 갈등 사태의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등 일부 의료 단체들은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단체는 더 이상 국민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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