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총리' 한덕수 국무총리를 주축으로 내각이 중심을 잡아 국정동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보수·진보 정권을 아우르며 경륜을 쌓아온 한 총리가 여소야대 국면의 총사령탑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다. 민생에 초점을 맞춘 '일하는 내각'으로 무장해 거야(巨野)의 정치 공세에 맞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국회 대정부질문 첫 날인 지난 9일 한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옛날의 한 총리로 돌아가라. 지금은 나쁜 한덕수"라는 질타에 "저 안 변했다. 제가 왜 변해야 하나"라고 응수했다. 의료개혁과 관련해 박 의원이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이 죽어간다'고 지적하자 "힘들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안 하셨던 과거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이었던 한 총리가 야당에 맞서 공격 수위를 한껏 높인 것을 두고 정부 입장을 대변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총리는 '티메프 사태', '친일 공세' 등을 내세우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도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철벽 방어'를 쳤다.
의료개혁을 포함한 4대 개혁을 비롯해 현안이 산적한 만큼 한 총리가 지금보다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외치(外治)는 대통령실이 주도하되 내치(內治)는 각종 현안에 밝은 한 총리를 총사령탑으로 한 내각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정 3년 차 정부 정책 방향인 민생과 대국민소통을 이뤄내기 위해선 대통령실과 내각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앞서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총리 교체' 여부와 관련해 "인사는 국정을 누가 더 잘 감당하고 국민을 위해 잘 일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라며 "당분간 한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한 특히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 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소야대'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보수·진보 정권을 두루 거친 한 총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 총리는 김영삼 정부에서 특허청장·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오랜 국정 경험에서 나온 한 총리의 경륜이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지난 5월 21일 취임 2년을 맞은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총리 재임 기간인 10개월까지 포함해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재임 기간이 긴 '최장수 총리'를 기록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총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부터 의료개혁 등 각종 현안들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들을 바탕으로 야당을 설득할 수 있도록 각종 데이터들을 매우 꼼꼼히 검토한다"며 "궁금한 사안들은 장관들에게 바로 연락해 확인할 정도로 현안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간호법 통과와 관련해서도 여야 의원들을 직접 설득할 정도로 보수·진보 정권을 두루 거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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