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말을 더듬는 변호사 이야기

변호사의 퍼스널 컨셉을 잡을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변호사의 퍼스널 컨셉을 잡을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사람을 바라볼 때, 우리는 종종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그들의 장단점을 평가한다. 언변이 뛰어나야 변호사로서 성공할 것이라는 통념도 그중 하나이다. 그러나 광고인은 사람의 능력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0'에서부터 순수하게 바라봐야 한다. 그 사람이 가진 모든 특성은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유한 매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황OO 변호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분의 말투에서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그는 말을 조금 더듬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는 변호사로서 단점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특성을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아무것도 없는 '0'에서부터 그분을 보았을 때, 그 특징은 오히려 그분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느껴졌다.

미국의 보험업계 전설인 폴 마이어도 같은 특징을 지녔다. 그는 말을 더듬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 속에서 진정성을 발견했다. 화려한 언변 대신 느리고 조심스러운 말투로 인해 그의 고객들은 마음을 열었고, 그는 결국 백만장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가 무언가를 감추기보다는 진실을 전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황변호사 역시 그런 분이었다. 언변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 결코 단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의 말투는 사건의 본질을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드러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말을 더듬는다는 특징은 오히려 그분이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하며 답을 내놓는다는 신뢰감을 준다.

법정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유창함이 아니다. 판사들은 수많은 사건을 다루며, 때로는 말보다 글을 통해 사건을 판단한다. 세상의 기준으로 말이 느리다고 해서 그분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0'에서 황변호사님을 바라봤을 때, 그분의 말투는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다가왔다. 글을 잘 쓰는 변호사는 말 잘하는 변호사보다 훨씬 두려운 존재이다. 법정에서 화려한 말은 순간적일 수 있지만, 글로 남겨진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사건을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펜으로 말을 이깁니다"라는 카피를 황변호사의 명함에 쓸 것을 제안했다. 이는 세상의 기준에 맞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철학을 담고 있다. 화려한 말로 사건을 풀어가는 변호사가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그것을 강력한 글로 전달하는 변호사. 그것이 바로 황변호사의 진정한 매력이었다. 말보다 글로 상대를 설득하고, 사건의 본질을 밝혀내는 힘. 이것이 황변호사의 변호 전략이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변호사는 화려한 말솜씨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0'에서 다시 시작하면, 우리는 그 사람이 가진 모든 특성, 그 고유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호사의 컨셉을 잡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하라. 0에서부터 그를 바라보라고 말이다.

'기획력이 쑥 커집니다'의 저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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