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스권 갇힌 코스피… 증권가 "금투세 불확실성에 투자 위축"

코스피, 8월 초 '검은 월요일' 이후 2,500~2,600대 등락
"금투세 논란 지속,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 지적
개미들 반발… 21일 서울역 광장 금투세 폐지 집회 예고

연휴 전날인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3.32포인트 오른 2,575.41에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17포인트(0.30%) 오른 733.20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연휴 전날인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3.32포인트 오른 2,575.41에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17포인트(0.30%) 오른 733.20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주가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초순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엔화 강세에 따른 유동성 충격) 등으로 인한 주가 폭락 사태를 맞기 이전 수준으로 반등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내년 1월 시행이 예고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증시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2,500대 머문 코스피… 약세는 금투세 영향?

1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3.32포인트(0.13%) 오른 2,575.4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2,664.63)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하다 지난 12일(2,572.09)부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커지며 이틀 연속으로 상승 마감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3일 코스피 종가는 지난달 1일(2,777.68)과 비교하면 202.27p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는 미국 중심의 경기침체 우려 등이 번진 지난달 2일 2,676.19로, 다음 거래일인 지난달 5일에는 2,441.55로 연이어 급락한 이후 2,500~2,600대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약세장이 지속된 배경의 하나로 금투세를 지목한다. 국내증시에 뚜렷한 상승 요인이 없는 상황에 금투세 논란이 길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본 공제액(주식 연 5천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 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2%(지방세 포함),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7.5%를 부과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금은 국내 상장법인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매기는데, 금투세가 시행되면 대주주가 아닌 투자자까지 과세 대상이 넓어진다. 시행 예정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지난해 1월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대내외 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년 미뤄졌다.

◆ "금투세 시행하면 국내증시 타격 불가피"

투자자 단체와 증권업계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고소득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가 주식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른바 '큰손'으로 불리는 자산가가 세금 부담에 국내증시에서 빠져나가면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과세 대상이 아닌 소액 투자자도 손해를 볼 것이란 주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금투세 과세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1% 정도라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그 1%가 큰손이다. 큰손들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 나머지 투자자 99%도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면서 "코스피 지수가 2천대 중반에서 오르내리고 있는데, 금투세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금투세라는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상승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이미 주식시장에서 고액 투자가가 국내주식에 추가로 투자하지 않고,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을 거고, 개미 투자자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과세 대상 최소화하고 제도 보완해야"

금투세를 신설해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는 점을 두고는 '이중과세' 문제가 제기됐다. 과세당국은 증권거래세법을 근거로 주식을 매매결제 또는 양도할 때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올해 기준 증권거래세 세율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 0.18%(코스피 농어촌특별세 0.15% 포함)다. 이에 정부는 내년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기로 한 상태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 적용 대상이 개인에 한정되고,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제외된 점을 문제 삼는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사모펀드 환매 이익에 대한 세목이 전환되면서 최고 세율이 종합소득세를 적용할 때 49.5%(과세표준 10억원 초과)에서 27.5%로 줄어드는 점을 두고 '부자 감세' 제도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투세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개인 투자자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투연은 오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구의 한 세무법인 세무사는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지만 지금의 제도는 많은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공제 금액을 조정해 과세 대상을 최소화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제도를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단기 투자자에게 과세하고 일정 기간 이상 장기 투자에 대해서는 비과세하는 등의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양산 등에서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 400여명이 지난 5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민주당 측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한투연 제공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양산 등에서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 400여명이 지난 5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민주당 측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한투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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