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월 금리 인하 물건너가나… 한은 "인하 기대 과도하게 형성되지 않도록 관리"

한은,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서 "주택시장 과열" 평가
"가계부채 추이 고려하며 향후 금리 인하 시기·속도 결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및 향후 추진 방향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및 향후 추진 방향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 금리 인하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수준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조정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내달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금리 인하 여부는 미국의 금리 인하 폭에 더해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은이 최근 발표한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국내 가계부채 상황에 관해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영향을 받아 가계대출도 증가세가 확대됐다"며 "확장세가 장기간 지속될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는 주택 공급, 거시건전성 규제, 금리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만큼 최근의 (가계부채) 확장세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 조합'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게 형성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가계부채 상황이 안정세를 보여야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달 은행,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1달 전보다 9조8천억원 불어났다. 2021년 7월(15조3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위원들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치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는지 주시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 목표 수준(2%)에 점차 수렴할 전망이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 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데다 외환시장 경계감도 남아 있어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도 "안정적 물가 상승률, 더딘 내수 회복, 일부 취약 부문의 높은 연체율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환경이 무르익었다"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돼서는 안 된다.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자산 불평등을 심화하고 장기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내달 11일과 오는 11월 28일 두 차례 남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한은보다 한 달가량 앞선 이번 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정례회의 결과는 오는 18일 오후 2시, 한국시간으로 19일 오전 3시쯤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폭에 대한 전망은 0.5%포인트(p)와 0.25%p로 엇갈리고 있다.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주시하는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세가 더디게 나타나면서 '빅컷'(금리 0.5%p 인하) 기대가 한발 후퇴한 것이다.

지난 11일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6%)도 밑돌았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추정치) 그래프.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추정치) 그래프. 한국은행은 최근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영향을 받아 가계대출도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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