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급발진 미스터리 풀리나…TS, 택시에 '페달 블랙박스' 시범 장착

급발진 주장 346건, 그러나 원인은 오리무중
페달 블랙박스, 진실을 밝힐 열쇠 될까

페달 블랙박스 장착사진. TS 제공
페달 블랙박스 장착사진. TS 제공

지난 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기사들의 차량에 작은 카메라 장치가 설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바로 '페달 블랙박스'였다.

경북 김천 혁신도시에 있는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급발진 의심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운전자의 페달 오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시 내 14개 택시운수회사 소속 차량 155대에 페달 블랙박스를 시범적으로 장착하기 시작했다.

◆ 급발진 주장 346건…원인은 오리무중

TS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운영하는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년~2024년 7월) 급발진을 주장하는 신고 건수는 총 346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운전자들은 차량이 갑자기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지만, 제조사들은 차량 결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달 블랙박스는 급발진 의심사고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장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나 가속 페달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영상과 음성으로 기록한다.

이를 통해 사고 당시 운전자의 페달 조작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급발진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

TS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는 운전자의 실수인지 차량의 결함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장착의 효과와 필요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달 블랙박스 장착사진. TS 제공
페달 블랙박스 장착사진. TS 제공

◆페달 오인 사고 예방 중요성↑

지난 7월 발생한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 이후, 페달 오인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는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페달 블랙박스를 통해 운전자의 페달 조작 패턴을 분석하면,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시범사업은 사고율이 높은 서울시 내 택시 운수회사와 협력해 진행된다. 택시 운전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조작하기 때문에, 페달 블랙박스의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적합하다.

한 택시 운전사는 "처음에는 조금 불편할 줄 알았는데, 막상 장착하고 보니 운전 습관을 점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TS는 이번 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페달 블랙박스의 전국적인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운전자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페달 오인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 수립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권용복 TS 이사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급발진 의심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동차 제작사와 관계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안전한 운행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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