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찰나의 순간 역사적 기록] <25> 1957년 문경 시멘트공장 준공식

'국토 재건' 사명으로 태어나 새마을사업 뒷받침

1957년 9월 26일 문경군 점촌읍(현 문경시) 신기동 문경 시멘트 공장 준공식에서 내빈들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 공장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 재건을 위해 국가 기간 산업체로 운크라(UNKRA·유엔한국재건단) 원조 사업으로 건설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문경 시멘트 공장 준공식 참석한 이승만 대통령(왼쪽)이 김일환 상공부장관(오른쪽)의 안내로 소성로에 첫 불을 지피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문경 시멘트 공장 내 대형 사일로 옆에 마련된 준공식장. 먼저 도착한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문경 시멘트 공장에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내빈과 하청업체 직원, 학생, 주민 등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이승만 대통령과 내빈들이 문경 시멘트 공장 준공식 후 제막된 대한민국·운크라 합동재건기념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문경 시멘트 공장 준공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왼쪽 세번째)과 콜터 운크라(UNKRA·유엔한국재건단) 단장 등이 공장 관계자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경북 문경군 점촌읍(현 문경시) 신기동. 난생 처음 보는 우람한 건물이 가을 하늘로 우뚝 섰습니다. 마침내 다가온 문경 시멘트 공장 준공식. "공장이 근대식으로 준공됨에, 앞으로 시멘트를 많이 만들어서 전란을 입은 우리나라를 하루 속히 재건해야…." 이승만 대통령의 치사에 준공식장은 내빈과 2천여 학생, 주민들의 만세 함성으로 달아올랐습니다.

6·25 동란으로 폐허가 된 국토 재건은 지상 과제. 유엔(UN)에서 운크라(UNKRA·유엔한국재건단)가 창설돼 1953년부터 본격 원조가 시작됐습니다. 재건에 필요한 3대 기간 산업은 비료(식량 증산), 유리와 시멘트(건설). 비료 공장은 충주에, 판유리 공장은 인천에, 시멘트 공장은 원석(석회석)이 풍부하고 연료 수송이 쉬운 문경이 적지로 낙점됐습니다.

이렇게 문경 시멘트 공장은 '국토 재건'이란 역사적 사명으로 태어났습니다. 890만 달러 원조로 덴마크 최신 기술로 세운, 운크라 최대 사업이었습니다. 석회석을 1천500도 이상 고온으로 굽는 소성로(킬른) 2기에 생산량은 연간 20만톤. 국내 시멘트 수요의 3분지1을 감당하고 3년 뒤엔 2기를 더 지어 동양 최대인 연간 40만톤, 필요량의 70%까지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시운전 끝에 그해 11월 21일 첫 완제품 1만2천 포대(560톤)가 출하됐습니다. 판매가는 대당 1천400환. 시중가(2천300환) 보다 대폭 싸게 각지로 공급됐습니다. 이 무렵 벌인 월포·구룡포·감포·양포 방파제 공사, 안계 위양교·포항 오천 세계교·영양 대천 잠수교·현풍 차천 잠수교·안동 길안 잠수교 공사에도 야무진 시멘트가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이제 비만 오면 폭삭 주저 앉던 나무다리 걱정은 덜게 됐습니다.

공장은 당초 계획대로 민간에 불하돼 12월부터는 대한양회가 인수, 운영했습니다. 인수금은 60억환. 덴마크로부터 4개월 간의 기술 강습으로 운영 기술도 온전히 넘겨 받아 종업원 334명 모두 한국인으로 공장을 돌리게 됐습니다. (매일신문 1957년 9월 26일~1958년 6월 14일 자)

새마을사업이 한창이던 1970년대, 시멘트는 '건설의 감초'. 도로, 주택, 공장 등 건설 현장마다 시멘트가 부족해 물건을 받으려는 화물차들이 줄지어 며칠씩 기다려야 했습니다. 공장 옆엔 전용 비행장에 농구장, 축구장, 기생집도 생겨났습니다. 한창일 땐 종업원이 500여 명, 인근 협력 업체까지 더하면 1천여 명에 달해 무명의 한촌(寒村)이던 신기 들판은 근대화를 이끄는 공업지대로 탈바꿈했습니다.

공장은 다시 1975년 쌍용양회에 인수돼 역사적 사명을 감당해 오다 지난 2018년, 마지막 심장을 멈췄습니다. 태어난 지 61년 만입니다. 공장은 멈췄지만 근대화의 상징, 산업유산으로 또 다른 부름을 받았습니다.

지금 이곳엔 뉴딜사업이 한창입니다. 운크라 원조시설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을 간직한 곳. 전후 재건,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그 역경과 도전의 세월을 시멘트 생산으로 함께 해온 이곳이 '대한민국 시멘트 역사의 성지'로 다시 태어나길 소망합니다.

1962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시찰차 문경 시멘트 공장을 방문해 공장 관계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육군 준장 출신의 박경원 경북도지사. 박 의장은 5.16혁명 직후인 5월 24일 전국 도지사는 육군 준장으로, 시장은 대령으로 각각 임명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문경 시멘트 공장에서 내빈과 하청업체 직원, 주민 등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준공식(위). 2024년 9월 현재 소성로는 모두 4기로 준공 후 2기가 더 증설됐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문경 시멘트 공장 준공식 후 석회석을 1천500도 이상 고온으로 굽는(소성) 가마인 소성로(킬른)를 구경하는 주민들(위). 2024년 9월 현재도 당시 설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1957년 9월 26일 문경 시멘트 공장 준공식 후 이승만 대통령의 입화로 소성로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2024년 9월 현재 모습.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

근대화의 상징 문경 시멘트 공장(쌍용양회 문경 공장) 전경. 공장 부지를 사들인 문경시는 2026년까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킬 계획이다. 사진=매일아카이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