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해체주의와 아방가르드의 탄생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는 1957년 벨기에 북동부 지역의 공업 도시 헹크(Genk)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디자이너인 앙드레 쿠레주와 파코라반의 패션 세계에 매료되어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0대 시절, 중고 옷을 분해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실험적인 해체주의 의상을 만들었다. 깨진 도자기와 빨대, 신발 끈과 같은 소재를 활용하여 친환경적 접근 방식의 업사이클링 창작물과 오버사이즈 실루엣 등 선구적인 작업들은 이후 본격적인 브랜드의 컬렉션에 많은 영향력을 미쳤다.
마르지엘라는 벨기에의 유명한 패션 학교인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서 패션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 1979년 졸업 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한 후 1984년, 파리의 장 폴 고티에에 합류하며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서 패션 업계의 첫 경험을 시작했다.
4년 후 1988년, 마틴 마르지엘라는 그의 사업 파트너인 제니 마이렌스와 함께 '메종 마틴 마르지엘'(현재는 메종 마르지엘라)를 론칭하였으며 럭셔리 패션을 재정의하고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틀을 깬 획기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컬렉션으로 럭셔리를 재구성했다.
1989년, 그의 이름을 딴 첫 컬렉션(봄/여름)의 주요 색상들은 검정, 흰색, 빨간색과 같은 강렬한 색상이었고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모델들이 눈길을 끌었다. 마스크와 가발, 때로는 스타킹을 활용하여 모델의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델이 아닌 의상에 집중되도록 하였다. 무대 또한 화려한 런웨이를 대신, 흰색 천을 깔고 그 위를 걷는 연출의 미니멀한 배경으로 마르지엘라의 패션쇼는 무대와 스타일링에서도 파격적인 연출을 보여줬다.
그해 가을, 겨울 컬렉션은 파리 외곽의 버려진 놀이터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며 역사적으로 남을 획기적인 기획을 선보였다. 좌석은 선착순으로 배치하였으며 그 지역의 어린이들이 맨 앞줄에 앉는 특권을 주었다. 놀이터 바닥을 런웨이 무대로 걸으며 일부러 넘어지는 모델들의 연출은 정제된 패션계의 규범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탈리아 패션 그룹(OTB)의 인수와 사임
그 이후로도 매 시즌 새로운 변화와 기획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마르지엘라는 에르메스의 장 루이 뒤마 회장에게 발탁되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에르메스 여성복 라인의 크레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에르메스의 미니멀리즘 스타일과 최고급 소재인 캐시미어, 실크, 최상의 가죽 등을 사용한 편안한 실루엣과 절제된 뉴트럴 컬러로 에르메스의 품격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2년 이탈리아의 국제적인 패션 그룹(OTB,Only The Brave) 사장인 렌조 루소(Renzo Russo)가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하게 되었으며, 마르지엘라는 비공식적으로 디자인을 그만두고 2009년 은퇴를 발표하였다. 후임자 없는 메종은 익명의 크리에이티브 팀에 의해 컬렉션이 진행되었다.
이탈리아의 국제적인 패션 그룹인 OTB는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질샌더, 디젤, 디스퀘어드 2, 아미리, 빅터 앤 롤프 등 고급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레이블 또한 계속 유지되면서 2014년, 10월 영국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크레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2024 봄/여름 오트 쿠튀르 기간에 선보인 아티즈널(Artisanal) 컬렉션을 마감하고 약 10년간의 행보를 끝으로 메종 마르지엘라를 떠난다.
◆ 마르지엘라의 익명성
대부분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을 알리고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노출하며 스타 디자이너로서의 집중받기를 원하는 반면 마르지엘라는 패션계의 유명세와 달리 얼굴 없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마르지엘라는 런웨이에서 무대에서 디자이너 인사도 없으며 공식적인 자리의 사진과 인터뷰도 찾아보기 드물다. 개인적인 전화와 메시지도 거부하고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한 채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의 익명성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라벨에도 나타나듯 브랜드의 이름 없이 숫자로 특유의 상징성을 나타내었다.
◆화이트 라벨 속 숫자의 의미
메종 마르지엘라의 라벨에는 브랜드의 이름 없이 네 개의 스티치와 '0-23'까지의 숫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라인을 상징하는 숫자에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숫자 0은 100% 핸드 메이드로 제작된 여성복 라인이며 0과 10이 함께 표시된 것은 남성복의 100% 핸드메이드 라인을 의미한다.
1은 여성복 컬렉션 라인으로 대체로 숫자 없이 흰색 무지 라벨로 표시된다. 숫자 4는 지난 컬렉션을 재해석한 여성 라인, 3은 향수 라인, 8은 아이웨어 라인, 10은 기본적인 여성, 남성 라인, 11과 12는 액세서리와 보석 세공라인, 13은 오브제와 출판물, 14는 숫자 4의 남성복 라인, 15는 주문 제작 및 컬레버레이션 라인, 22는 슈즈 라인을 의미한다.
◆ 시그니처 아이콘 '타비(TABI) 부츠'
일본의 나막신 '게다'를 편하게 신기 위해 제작된 일본의 전통 양말 '타비(足袋)'에서 영감 받은 타비 슈즈는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분리하여 디자인되었다. 양말 밑창에 고무 솔을 붙인 '지카타비(地下足袋)'가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의 원형이다.
1989년 봄, 여름(S/S) 컬렉션에서 첫 선을 보인 타비 슈즈는 즉각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으며 새로운 슈즈를 제작하기보다는 업사이클링 패션을 활용하여 슈즈에 페인트를 덧칠하여 재사용하였다. 매 시즌 새로운 버전의 타비 슈즈를 선보이자 메종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로퍼와 펌프스, 카우보이 부츠까지 다양한 방식의 타비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으며 1995년 출시된 나이키의 '에어 리프트(Air Rift)' 디자인은 타비의 스포츠 캐주얼 버전으로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타비 슈즈는 론칭 35년이 지나도 메종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 아이콘으로 남아있다. 현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존 갈리아노 역시 새로운 스타일의 타비 슈즈를 선보이고 있다.
◆ 메종 마르지엘라의 콜라보레이션
2012년 H&M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리복(Reebok), 독일의 하이엔드 아이웨어 브랜드 마이키타, 프랑스 패션 브랜드 파투,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프랑스의 스포츠 브랜드 살로몬(Salomon),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 등 수년에 걸쳐 여러 패션 브랜드 및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였다.
▶젠틀 몬스터(2021년, 2022년) X 메종 마르지엘라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 몬스터와 메종 마르지엘라와의 두 번째 협업 컬렉션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갈리아노의 시간과 유산이라는 컬렉션의 주제로 섬세한 수작업으로 제작된 가죽 프레임과 템플의 아이코닉 스티치, 다양해진 프레임과 컬러웨어로 구성된 17가지 구성의 안경과 선글라스로 새로운 컬렉션 선보였다.
▶삼성 갤럭시 Z 플립 4(2022년) X 메종 마르지엘라
갤럭시 Z 플립 4와 메종 마르지엘라의 스페셜 에디션에는 엑스레이로 촬영한 듯 폰의 내부를 보여주는 흑백 '반전된 폰'과 거친 브러시의 질감으로 표현된 3D 모델링 기술의 '페인트 브러시'로 제작된 두 가지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기술과 감성의 만남으로 컬렉션 브랜드의 진정성에 초점을 두어 제작했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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