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의 과제

경찰, 쌓어가는 사건에 수사부서 피로 누적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과 관계 모호

박동균 대구한의대 교수
박동균 대구한의대 교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체포해서, 그 죄에 상응하는 책임과 벌을 받아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죄 없는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경찰, 검찰,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일수록 어느 한 기관이 형사사법에 대해 특별한 권한을 독점하지 않고, 기관 상호 간에 견제와 균형에 의해 형사사법 시스템이 공정하고 세밀하게 운영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수사와 기소, 영장청구 권한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 기존의 구조에서 경찰에 1차적인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2020년 1월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어 2021년 1월 1일부터 이 개정안이 시행됐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업무가 많이 늘어났다. 이에 경찰 처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요구와 시정조치 요구도 늘어났다.

하지만 정작 수사 인력이나 예산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일선 수사경찰관들은 과부화된 업무에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30대 A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경위는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다. 사건이 쌓여만 간다.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늘어난 수사업무는 결국 수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수사 인력의 확충과 수사비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 범위가 모호해진 부분이 있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 범위가 일부는 겹치고 있다.

사건 관계자들이 두 수사기관에서 중복 조사받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과거 중복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도 있었다.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수사 관할을 논의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

아울러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국정원법에 따라 대공 수사권이 국정원에서 경찰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대공 수사가 부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간첩을 잡는데 있어서 대공수사권은 국가정보원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북한은 내국인 포섭을 통한 지하당 구축을 통해 대남 공작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첨단 통신 방법의 암호화, 고정 간첩에 대한 공작금 전달과 지령이 해외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공수사는 수사업무 중에서도 많은 시간과 내공이 필요한 전문수사 분야다. 오랫동안 축적된 국정원 대공수사 전문 인력의 노하우와 고도화된 대북·해외 정보수집 시스템, 암호분석 등 과학수사 역량이 간첩 검거에 필수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박동균 전 대구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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