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한동훈이 쏘아 올린 두 개의 태양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정치권에는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그래서 역대 진보·보수 어느 정부도 차기 대권주자의 조기 부상을 경계해 왔고, 차기 대권주자 역시 은인자중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여권의 대권주자들은 대체로 대선 경쟁에서 야권 대권주자에게 선수를 빼앗기기도 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달랐다. 단순히 대표직으로만 본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압도적 대권주자로서 차기 권력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한 대표의 리더십은 전통적인 보수당 대표의 모습과는 다르다. 보수당의 전통적 당정 간 관계가 협조와 조율을 통한 안정적 국정 운영이었다면 한 대표는 차별화에 방점을 두는 듯하다.

문제는 일반론적 관점에서 대통령 임기 중반에 집권 여당 대표의 차별화가 적절한가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제대로 된 차별화인가의 문제이다. 대체로 대통령제하에서 임기 말은 국정을 마무리하고 관리하는 시기이지만, 임기 중반은 새 정책이 입안되어 집행되기도 하기에 당정 간의 정책 조율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시점에 이른 차별화는 국정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집권 중반기의 당대표는 진보·보수 정권 모두 당정 간 조율을 하고 민의를 대통령에게 전달하여 집권 세력 전반에 안정을 기하며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관리형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차별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대통령이 명백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민의를 제대로 전달해야 하고, 잘못된 정책이 있다면 당에서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즉 차별화를 하려면 제대로 된 차별화를 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 철학이든 국정 기조든 또는 개별 정책이든 국민이 보기에 명확한 대안이어야 하고, 충분히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협의하여 관철시키려는 우선적 노력과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철이 되지 않을 때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이 양해할 수 있는 차별화여야 한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대표가 되었지만, 2023년 12월에 이미 비대위원장이 되어 총선을 치르면서 사실상 당대표로서 정치와 정책 전반을 챙겼기에 당대표로서의 위상은 10개월 정도라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제 한 대표는 당정 관계가 안정적 관리형인지 아니면 차별화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만약 당정 관계에서 안정적 관리형으로 가지 못하고 차별화를 하면서 명확한 철학이나 비전, 나아가 정책적 대안으로 차별화를 하지 못하면 필시 정치적 차별화에 대한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최근 한 대표 체제 이후 민심은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 한 대표 당선 무렵 7월 4주 갤럽 조사(23~25일, 1천1명, 선거여심위 참조)에서 국민의힘이 35%로 더불어민주당(27%)에 8%포인트(p) 앞섰으나 9월 2주 조사(10~12일, 1천2명)에서는 국민의힘 28%, 민주당 33%로 5%p 뒤졌다.

또한 한길리서치·쿠키뉴스 9월 정기 조사(7~9일, 1천25명)에서 한동훈 대표직 수행 평가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35.4%에 불과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직 수행의 긍정 평가(51.1%)와 비교해 보면 정당 지지율의 역전에 한 대표의 책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던 한 대표 출마였지만, 그럼에도 한 대표 출범 이후 가장 좋은 여론의 흐름은 안정적인 당정 관계로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의 동반 상승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차별화가 제대로 되어 정당 지지율이라도 유지되거나 올라야 했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대통령 지지율도 정체, 하락 조짐을 보이고, 정당 지지율도 하락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안정적 당정 관계나 정책적 차별화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성급한 정치적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국민에게 비쳤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을 우려하는 것이다. 유력한 차기 여당 대권주자가 쏘아 올려 만들어진 두 개의 태양이 밝은 빛을 더하기보다는 집권 여당의 불안과 국민의 우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이 문제의 해결은 한 대표가 결자해지해야 할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거 대통령의 지지율은 낮았지만 임기 말 차별화를 했던 노태우가 아니라, 이른 차별화로 정권을 잃었던 김영삼 정부의 이회창,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정동영 사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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