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9월 들어 주춤하지만 증가세 둔화(鈍化)를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0조원으로, 8월 말보다 2조1천억여원 늘었다. 기록적 증가세를 보였던 8월에 비해 한풀 꺾인 것은 분명하다. 가계대출 금리 인상 등 규제에 이어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돼서다. 그러나 주간(週間) 단위로 보면 9월 2~5일 주담대 증가액은 8천835억원이었는데, 6~12일엔 1조2천937억원으로 늘었다. 8월보다 확연히 준 것은 대출 규제 효과로 볼 수 있지만 서울의 부동산 열기 때문에 장기적 영향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주택 거래량이 급증한 원인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매매(신고일 기준)는 5만4천여 건으로 6월보다 26% 늘었고, 특히 서울에선 55% 급증했다. 식지 않는 부동산 열기를 감안하면 8월 거래량도 상당 폭 증가가 예상된다. 2, 3개월 뒤에도 주담대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매매 집계는 계약일 기준이고, 주담대 시행은 잔금 납입일(納入日) 기준이어서다. 즉 주택 구입을 위한 은행권의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10, 11월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출 억제책이 부동산 열풍을 이기지 못한다면 결국 내수 회복의 신호탄으로 기대하는 기준금리 인하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부동산 과열과 안정 2가지 모두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먼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斷行)하면 한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열풍에 편승(便乘)하려는 '영끌' 후유증이 내수마저 가라앉게 만들었다. 국민들의 평균 대출 잔액이 연간 소득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출 증가는 부동산 거품만 일게 할 뿐 장기적으론 독약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바람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려면 부합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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