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력 문명으로 구축한 도시 생활 종말…야생으로 돌아가는 신유목 시대 온다"

[책] 플래닛 아쿠아
제레미 리프킨 지음/안진환 번역/민음사 펴냄

저자 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제공
'플래닛 아쿠아' 책 표지

올해 추석은 추(秋)석이 아닌 '하(夏)석'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연휴 마지막 날까지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17일 대구의 낮 기온은 최대 36℃까지 치솟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저자 제러미 리프킨. 민음사 제공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아래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50년에 걸친 그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새 저서를 발간했다. 그는 이번 신간을 통해 지난 6천년간 유지해온 수력 문명은 한계에 다다랐으며, 지구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설정하기 위해서는 '수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권이란, 지구 표면에서 물이 차지하는 부분을 말한다. 이는 물 스트레스 국가(1인당 가용 수자원량이 1천~1천700㎥ 미만인 국가)로 분류되며, 에너지와 반도체를 주요 산업으로 보유한 한국에서도 주목해야 할 논의다.

그간 인류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의 인더스 계곡, 중국 황허를 시작으로 동료 생물들과 달리 물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조상들은 물을 독점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댐과 인공 저수지를 건설하고, 제방과 둑을 쌓고, 운하를 파서 물을 격리하고 상품화했다. 물을 가두고 수권에 제재를 가하면서 도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경제생활이 시작되면서 이는 도시 수력 문명의 기반으로 작용했다. 이후에도 세계 각지에서 물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는 수그러들 기색 없이 계속돼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갇혀 있던 수권이 깨어나면서 각종 연구와 자료들은 이제 인간이 구축한 환경 전체가 좌초하고, 인프라는 파괴되고 있으며 인류와 동료 생물들의 거주와 생존이 위협 받는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따뜻해지는 지구에서 수권이 재편성되면서 비가 내리는 계절적 시기와 강도, 지속 시간이 모두 변하고 있다. 북극과 남극의 해빙, 해류의 변화, 잦아지는 대홍수, 가뭄과 폭염의 장기화, 산불의 확산, 강력한 허리케인과 태풍은 수권이 야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명백한 징후다. 과학자들은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50% 이상이 향후 80년 이내에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현재 유아 세대가 살아있는 동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말한다.

수력 인프라에 묶여 있는 세계의 거대 도시들의 미래 또한 불투명해지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재고할 수밖에 없다. 리프킨은 이러한 수권의 재배치에 따라 신유목 시대가 도래하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꿔놓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아열대 지방과 중위도의 많은 지역에서의 대규모 기후 이주는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한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50년엔 기후 난민이 12억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신유목 생활의 부상은 인류의 삶의 영역과 더불어 국가 주권, 시민권에 대한 개념까지 바꾸면서 '임시 도시'라는 개념도 제시했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평생 주권국가의 보호 아래 하나의 고정된 지리적 공간에 소속되는 세상은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 머지않은 수십년 뒤에 사람들은 기존 여권 대신 '기후 여권'을 지닌 채, 살기 좋은 기후를 찾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이동식 주택을 짓고 부수기를 반복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앞으로 몇 세대에 걸쳐 내리는 무수히 많은 선택이 지구 생명체와 우리 종의 생명이 연장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의 의제는 단 하나, 야생으로 돌아가는 수권과 평화를 이루고 동료 생물들과 함께 번영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은 방해가 될 뿐이다. (본문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인류에게 저자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자연을 고갈시키고 굴복시킬 것인가, 아니면 생명의 원천인 수권에 우리 인간 종을 다시 적응시키고 생명 공동체에 합류할 것인가?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406쪽, 2만8천원.

지구온난화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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