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애국(愛國)과 매국(賣國)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중국 최대 생수 회사인 '농푸스프링(農夫山泉)'이 올해 3월 '친일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녹차 제품 라벨에 붙어 있는 건축물 그림이 일본 교토에 있는 절(寺)이라는 설(說)이 터진 것이다. 생수병의 빨간색 뚜껑은 일본 국기, 음료병 표지의 산(山) 그림은 일본 후지산이라는 억지도 나왔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난리가 났다. "알고 보니 (농푸스프링은) 일본 기업이었다" "앞으로 마시지 않겠다" "일본 문화를 숭배하다니 중국 기업이 할 일인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뚝 떨어졌고,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사실 확인 없이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紅衛兵)처럼 행동했다. 이 중국인들은 애국자인가?

한국에도 '애국자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자 일본은 수출심사우대국 명단인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보았고, 안보 분야에서도 위기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애국자들'은 문 정부에 환호했고, '죽창가'와 '12척'을 외쳤다. 일본산 자동차 수리를 거부하는 정비업소, 일본차 주유를 거부하는 주유소도 나타났다. 일본 음식, 일본 술을 파는 가게는 손님을 맞이하는 대신 파리를 쫓느라 바빴다. 그런 짓에 반대하면 '토착왜구'로 매도(罵倒)했다.

수천 년 가난하고 중국에 예속(隷屬)돼 있던 우리나라가 지금의 번영을 이룬 것은 해방 이후 미국·일본이라는 해양 세력과 손잡은 덕분이다. 경제, 안보뿐만 아니라 인권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가 소련·중국·북한에 있나, 미국·일본에 있나?

한국 좌파들은 반미·반일 몰이에 매달렸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반일'에 집중했고 상당한 재미를 봤다. 김일성의 '갓끈 전술(미국·일본이라는 두 갓끈 중 한 줄만 끊으면 다른 하나는 무용지물이 되고, 갓〈한국〉은 바람에 날아간다)'과 흡사(恰似)하다.

독도 영유권 포기설, 일제시대 국적 문제로 친일파 몰이 등 반일 선동에 매달리는 자들은 한국 사회라는 우물에 독극물을 푸는 매국적(賣國賊)들이다. 이에 열광하는 것을 애국(愛國)인 줄 알지만 본인도 모르게 매국에 가담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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