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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회계법인에 산하단체 감사 몰아준 대한체육회…"배임 막지 못해"

대한체육회 55개 종목단체 감사…특정 회계법인에 맡기도록 개입
산하단체 횡령·배임 사고 감시 못해…"국정감사 철저히 밝힐 것"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매일신문DB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매일신문DB

대한체육회가 산하 회원종목단체의 감사를 특정 회계법인에 모두 맡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부실한 감사를 유발해, 산하 단체에서 벌어지는 횡령과 배임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을)이 20일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A 회계법인이 체육회 외부감사에 선정되어 회계감사를 도맡아왔다.

문제는 산하 단체들이 특정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길 수밖에 없도록 규정을 만드는 등 대한체육회가 개입했다는 데 있다.

대한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회계감사 비용을 댄다는 이유로 각 종목단체에 2017년 이후 A 회계법인을 명시해 '외부 회계감사 실시 통보' 공문을 보내왔다.

이 법인은 올해 한 곳을 제외한 55개 종목단체의 회계감사를 진행했다. 대한체육회는 각 종목단체에서 별도로 회계법인을 지정할 경우 체육회가 감사 비용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김 의원실 측은 "50개가 넘는 종목단체의 감사를 특정 회계법인 한곳이 전담하다 보니 감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배트민턴협회는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중간 감사 결과 발표에서 협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됐는데, 정작 2021~2023년 회계감사 보고서에는 후원금 수입과 경기비 지출 등에서 별도의 주의·경고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회계법인에서 종목단체에 대한 현장 감사를 받지 않았다.

이 같은 회계법인 선정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김 의원실에 서면답변을 통해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공개 입찰로 회계법인을 선정해 왔다"며 "종목단체에 회계감사를 일괄적으로 하도록 하는 규정은 따로 정하고 있지 않지만, 효율성 극대화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체육회가 직접 선정해 왔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하여 문체부도 대한체육회가 특정 회계법인에 종목단체 감사를 몰아주고, 체육회가 비용을 낸 것이 적절한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김승수 의원은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에서 기금 횡령과 선수 지원비 갈취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한체육회가 특정 업체에 몰아준 부실한 회계감사로 종목단체서 벌어지는 횡령·배임 사고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하게 밝힐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고마워요, 팀 코리아(Thank you, Team Korea)'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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