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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남역 맨홀 열림 사고'에도…맨홀추락 방지시설 설치율 전국 6.6% 그쳐

2022년 12월 의무 설치 규정…집중강우중점관리구역도 5곳 중 1곳만 설치
지자체 예산 의존하고 표준화된 설치 규정도 없어
우재준, "표준디자인·안전강도 기준 명확히 제시해야"

서울시가 하수도 맨홀 뚜껑 열림 사고가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부에 그물이나 철 구조물 등
서울시가 하수도 맨홀 뚜껑 열림 사고가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부에 그물이나 철 구조물 등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을 시범 설치한 모습. 사진은 맨홀 추락 방지 시설. 연합뉴스

2022년 8월 국지성 호우로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 뚜껑이 열려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그해 12월 맨홀추락방지시설 설치 의무화가 시행됐으나 올해 6월까지 전국 설치율이 6.6%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우 안전사고 위험이 큰 집중강우중점관리구역도 불과 5곳 중 1곳 꼴로만 맨홀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갑). 매일신문 DB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갑). 매일신문 DB

20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실(대구 북구갑)이 환경부 등 관계 기관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 맨홀은 일반 구역 313만4천266개소, 집중강우중점관리 구역 32만3천568개소 등 총 345만6천834개소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 6월 기준 맨홀추락방지시설 설치율은 일반 구역 5.2%, 집중강우중점관리 구역 19.4% 등으로 총 6.6%에 불과했다. 의무화가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설치율이 답보 상태나 다름없는 것이다.

지역별 설치율을 살펴보면 세종과 대전이 각각 0.4%, 광주가 0.5%, 충북과 대구가 각각 1.0% 등 수치로 매우 저조했다. 설치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제주로 61.4%였고 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10% 미만의 설치율을 보였다.

집중강우중점관리 구역으로 한정해 설치율을 살펴보면 인천과 전북은 아예 설치한 곳이 없어 0%로 집계됐다. 심지어 울산은 집중강우중점관리 구역 설정도 하지 않았다. 이 외 세종이 0.3%, 대구도 1.0% 등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맨홀 추락방지시설 설치 현황(2024년 6월 말 기준, 누계). 우재준 의원실 제공
맨홀 추락방지시설 설치 현황(2024년 6월 말 기준, 누계). 우재준 의원실 제공

이처럼 설치율이 저조한 이유로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는 데다 정부의 통일된 설치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 등이 꼽힌다.

기존 맨홀에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할 경우 지자체 예산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신규 설치의 경우 국고보조율(광역시 30%, 일반 시·군·구 60%)에 따라 국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재준 의원 측은 "별도의 예산 편성 없이 지자체에 기 편성된 하수관로정비사업 예산에 의지하다 보니 사업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락방지시설 개소당 설치 금액도 15만원에서 160만원까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고 의무화 고시 이후 표준디자인이나 안전강도 등 설치에 대한 환경부의 공식 가이드라인마저 없는 실정이다.

우재준 의원은 "강남역 맨홀 추락사와 같은 인명 피해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이상기후로 여름철 집중호우는 물론 가을폭우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자체도 경각심을 갖고 추락방지시설 설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경부도 지자체에 맡겨놓고 나몰라라 하지 말고 어른과 아이 발 빠짐 등을 고려한 표준디자인안과 안전강도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무엇보다 집중 강우에도 맨홀 뚜껑이 열리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파손·부식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물론 시민 보행안전을 위한 내구성을 갖춘 맨홀 뚜껑이 설치될 수 있도록 환경부와 지자체는 만전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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