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체코 원전 ‘어깃장’, 국익보다 흠집 내기가 우선인가

최병고 서울취재본부 본부장
최병고 서울취재본부 본부장

정부가 사활을 건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에 대한 야당의 어깃장이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체코 현지에서 2박 4일 빡빡한 일정을 뛰고 있는데, 야당은 흠집 내기에 열을 내는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윤석열 정부가 덤핑 가격을 제시했다" "이대로 가면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해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은 의대 정원 확충과 마찬가지로 지지율 올리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혀 근거 없는 엉터리 가짜 뉴스"라고 즉각 반박했다. 체코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도 한국의 원전 건설 역량을 신뢰하기 때문이라며 '덤핑 수주' 주장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20일에는 민주당 한 의원이 논평을 내고 '체코 한 투자 기관 의견'을 앞세워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시한 원전 건설 비용이 "완전히 비현실적"이고 "공사비가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기술 지식재산권을 이유로 한수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결국 '정부가 로열티를 지불하거나 핵심 기자재는 웨스팅하우스에 발주해서 무마할 것'이라며 의혹을 이어 갔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계약은 약 24조원 규모의 1천㎿급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다. 한국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국제 공개경쟁 입찰에 뛰어들어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종 낙찰 결과가 나오는 내년 3월까지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야당은 정부의 체코 원전 사업을 깎아내리기 바빠 보인다. 야당은 정부에 가짜 뉴스라고 반박한 근거를 대라고 하기 전에, 공사비가 왜 3배 들어가는지 명확한 근거를 먼저 대는 게 순서 아닐까. 최종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정해진 게 없다는 체코 대통령의 '공식 석상' 언급을 굳이 강조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치열한 국제 경쟁 입찰에서 시비가 생겼으면 우리의 큰 이익을 보장받는 선에서 '협상'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원전 산업은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 탓에 고사(枯死) 직전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국회 자료에 따르면 문 정부 5년 동안 한국전력에 26조원 가까운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한전이 32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냈는데, 탈원전이 아니었다면 40% 가까운 12조7천억원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산 기장군에서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을 연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탈원전을 공식 선언하고, 신한울 3·4호기 등 새 원전 건설 백지화 계획을 밝혔다. 그 신한울 3·4호기가 지난 12일 건설 허가를 받고, 착공에 들어간다. 문 정부 때 사업 중단된 지 8년 만이다.

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채 해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통과시켰다. 민생(民生) 정치는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되레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최저치를 이어 가면서 야당의 공세는 더욱 힘을 받는 듯하다. 아무리 정당 속성이 정권 쟁취라지만, 국익과 민생을 외면한다면 민심의 역풍(逆風)을 맞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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