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대의 창] 新 마시멜로 이야기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결혼 전 장애물: 화려한 4천500달러짜리 프로포즈-한국에서는 '결혼해 줄래?'라는 질문이 화려한 호텔에서 새로운 샤넬 핸드백과 함께 전달된다."

2023년 6월 15일 미국의 주요 언론사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저널 1면의 내용이다. 이 기사는 출산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진 한국에서 프로포즈가 단순한 사랑 고백을 넘어선 복잡한 이벤트로 진화하면서, 평균적으로 4천500달러(한화 약 58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웨딩 시즌의 한국 유명 호텔들의 프로포즈 패키지 비용은 2024년 4월 기준으로 최소 100만원부터 200만원을 웃도는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고비용의 프로포즈는 커플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며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과시적 소비 문화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 구조와 문화적 요인에 의해 강화된다. 프로포즈를 위해 580만원을 지출하고 이를 SNS에 자랑한 사례는 한국 사회에서 과시적 소비 문화가 얼마나 깊이 뿌리내린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소비는 사회적 지위와 인정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며,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초과하는 지출을 통해 일시적인 만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인 재정 불안정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경쟁과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과시적 소비는 '베블런 효과'로 설명된다. 이는 상품의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사람들이 고가의 상품을 통해 부를 과시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한국 사회의 과시적 소비는 이 베블런 효과의 전형적인 예로 볼 수 있으며 경제적 불균형과 사회 전체의 경제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과시적인 소비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으며, 고물가와 고금리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이제는 한국 사회가 과시적 소비 문화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저축과 계획적인 소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을 넘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재정적 안정과 더불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빛바랜 유물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2005년 발간된 '마시멜로 이야기'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해 준다. 이 책의 배경이 된 1970년대 스탠포드대학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은 단순한 심리 실험을 넘어,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당장의 유혹을 이겨내는 능력이 미래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실험에서 즉각적인 보상을 미룬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더 높은 성취를 이룰 가능성이 컸다.

여기서 강조하고 있는 인내와 절제는 경제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경제학자들은 저축과 투자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이 장기적인 재정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위한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길이다. 이러한 원칙은 개인의 재정적 안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나중을 위해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을 견뎠던 꼬마들처럼, 우리의 소비 행태도 즉각적인 만족보다는 장기적인 재정적 목표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마시멜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미래를 향해 새롭게 적용해야 하는 '신(新) 마시멜로 이야기'는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단기적인 유혹을 이겨내는 인내와 절제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것이다. 이제는 과시와 허세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사회는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적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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