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계에서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Angela Gheorghiu·1965~)의 행보가 연일 화제였다.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공연 중 카바라도시의 유명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이후 앙코르가 이어졌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주인공인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규가 무대에 난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녀는 앙코르를 한 테너와 지휘자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을 뿐 아니라 '이것은 독주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해야 한다' 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으며 커튼콜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고 뒤늦게 무대에 등장했으나 관객의 야유에 인사도 없이 뒤돌아 나갔다.
테너와 지휘자는 협업이 특히 중요한 오페라에서 관객의 환호에 화답해 앙코르를 감행했다. 게오르규는 모욕감을 느꼈고 즉시 항의하는 방법으로 극에 몰입한 동료와 관객에게 모욕감을 되돌려줬다. 그녀의 행동에 기대감이 무너진 관객은 야유를 보내며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했고 성난 민심에 직면한 공연장은 사과문을 내고 게오르규 측에 강력한 항의 표시와 함께 공식 사과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게오르규의 소속사인 인터무지카는 작년 폭행 사건을 일으킨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John Eliot Gardiner, 1943~)에 이어 또다시 소속 예술가가 논란의 중심이 되며 대응에 나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모두가 불행의 연쇄 작용에 따른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셈이다. 하지만 심리적 방어기제와 감정의 우선순위에 따라 자신을 보호하고 정당화하는 것에는 적극적인 반면,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으로 인해 신뢰의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논란에 대한 인터무지카의 성명에 의하면 그녀는 앙코르가 오페라의 서사적 흐름을 방해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공연자 중 누구도 이번 공연에서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이를 개인적인 모욕이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모욕감을 느꼈을 때 취해야 할 월드 스타의 태도는 신중하고 성숙한 방식이어야 했다. 즉각적인 반응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겸손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었다면 그녀를 향한 사랑과 지지는 더욱 두터워졌을 것이다.
공연예술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예술가와 관객이 교감하며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촉발되는 행위다. 이러한 현장성과 공감은 공연예술의 본질로서 집단적 경험을 공유하기에 예술가와 관객 모두에게 존중과 예의는 필수적이다. 공연예술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무너뜨린 게오르규의 행동은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을 터이다. 예술가이자 월드 스타로서 그녀의 신념이 동료와 관객을 배려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 심히 안타깝다. 개인의 경험과 가치관에서 비롯된 신념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자유이지만 그것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자기합리화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자신에 대한 존중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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