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통일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

박종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 간사

북한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한보다 잘살았다. 지하자원·수자원이 풍부했고, 구소련·중국의 대규모 원조도 6·25전쟁 복구와 경제성장에 한몫을 했다. 하지만 공산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산업의 국유화, 농업의 집단화로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왜냐하면 시장 메커니즘이 아닌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로는 자원 배분이 제대로 될 수도 없고, 그 때문에 경제 효율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1993년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본격적인 핵 개발에 나서면서부터 북한 경제는 파탄을 맞이했다. 1995년부터 시작된 '고난의 행군'은 북한 주민이 굶어 죽는 대기근의 비극 그 자체였다. 3대 세습을 '결사 옹위'하기 위한 핵 개발과 6차례의 핵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주민의 삶은 더더욱 피폐해졌고, 북한 인권 상황도 대대적으로 악화되었다. 폐쇄 사회, 폐쇄 경제 체제가 부른 참극이다.

북한이 살아남을 길은 시장경제를 향한 개혁·개방뿐이다. 이미 중국도 베트남도 실행했던 것을 왜 북한은 하지 못하고 있을까? 중국은 1971년 데탕트 분위기 속에 대미 관계를 개선한 후에 1978년 개혁·개방에 착수했다. 베트남 또한 1986년 '도이모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미 관계를 비롯해 대외관계를 개선해 나갔다. 이들이 북한과 다른 점은 아들에게 권좌를 물려주는 권력세습이 없었다는 점이다. 또한 베트남의 경우엔 북한과 달리 핵문제가 개혁·개방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북한의 개혁·개방이 있으려면, 3대 세습과 북핵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가능한 것이라 생각된다. "정치 체제가 어떻든 쇄국정책을 유지한 채로 근대화를 수행한 국가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한 나라도 없었다"는 1982년 등소평의 연설을 떠올린다. 북한은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낼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40여 년 전 등소평의 말을 곱씹어 봤으면 한다.

2022년 경북 영덕경찰서장을 마지막으로, 30여 년 경찰로서의 봉사를 마치고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일한 지 어느새 3년 차다. 치안 현장에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임무를 맡아 왔는데, 이를 미시경제 또는 소프트웨어에 비유할 수 있다면, 통일·안보 문제는 거시경제 또는 하드웨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따지면 같은 맥락이다.

최근 북한은 '두 개 국가론'을 내세우며 우리가 같은 민족도 아니라 하고, 통일 개념도 지우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유와 인권의 확장'이다. 이는 민주평통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으로 집약돼 있다.

'개혁·개방도 싫다, 통일도 못 하겠다'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 정권에 의해 인류 보편의 가치, 자유와 인권이 유린되고 부정되고 있는 실상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통일을 위한 우리의 주장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인권 개선에 대한 압력이 북한 당국에 전달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바깥세상의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해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한편, 이것이 북한 미래 세대에게 자유 통일의 꿈과 희망을 갖게끔 만들어야 한다.

통일은 미래다. 한층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에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도약, 새 역사를 열어가는 희망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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