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발 위기 공포] 과잉 생산·투자 후유증 시달리는 중국, 미국 견제에 숨통 조여

비야디 차량을 실은 선박이 중국 선전에서 네덜란드와 독일을 향해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야디 차량을 실은 선박이 중국 선전에서 네덜란드와 독일을 향해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의 수출 증가가 세계 산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과잉 투자·생산이 전통적 제조산업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공급 초과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최대 교역국인 한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제조 2025'의 그늘

최근 빚어진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지난 2015년부터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 계획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제조 2025는 내년까지 중국을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 오는 2045년에는 세계 1위 제조업 국가로 도약하는 중국 정부의 장기 프로젝트다. 정보기술(IT)은 물론 로봇, 항공우주장비, 전기차, 바이오·의약 등 핵심산업 육성에 주력해왔다. 특히 핵심부품 및 소재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앙정부가 목표를 제시해 막대한 지원금을 풀었고 각 지방정부가 경쟁을 펼치면서 생산설비가 우후죽순 늘었다. 그 결과 공급과잉에 직면하게 됐다. 철강이 대표적인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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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중국 공급과잉에 대한 주요국 대응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철강 생산량 점유율은 2000년 15%에서 2020년 기준 57%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으나 2016년 이후 과반(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자국 내 경기 위축으로 철강 내수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 확대를 통해 밀어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2차전지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은 4.1테라와트시(TWh)에 달하지만, 예상 수요는 1.3TWh에 불과하다. 내년에도 약 1.6TWh 규모의 과잉 공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재 가격 하락, 재고조정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관련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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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배터리 생산량이 1.07TWh로 세계 수요(0.95TWh)를 이미 추월했다. 이는 중형 전기차 156만대 분량의 재고가 남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954만대로, 같은 해 12월 월간 생산량(117만대)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내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자 해외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2020년 22만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20만대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 한국에서 수입한 전기차 수입액도 지난 7월 이미 1조원을 돌파했다.

중국 정부가 신산업에 투입한 보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최대 9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조금 지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생산된 제품의 해외 수출로 세계시장이 혼란을 겪을 위험이 높다.

실제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의 저가상품 수출 확대가 기업의 실적 및 경영에 미친 영향'을 묻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현재 영향은 없으나, 향후 피해 가능성 있다'고 답한 기업은 46.3%, '당장 매출·수주 등 실적에 영향 있다'는 기업은 34.4%로 집계됐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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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강화하는 미국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중국의 공급과잉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올해 들어 산업계 요청에 따라 반덤핑을 포함한 불공적 무역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확대했다. 또 자국 철강, 태양광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도 했다. 세이프가드는 추가 관세를 부과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조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철강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철강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무역법 301조에 따라 관세 인상을 지시하기도 했다. 관세 인상 대상은 중국산 수입품으로 180억달러(약 24조6천33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반도체와 전기차, 철강은 물론 핵심광물, 선박, 의료제품 등 주요 품목에 인상된 관세가 적용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저가형 전기차 수입이 급증하자 상계관세(보조금을 지급받아 생산한 수출품에 부과하는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는 관세를 내지 않는 대신, 유럽 내 판매가격의 하한선을 설정하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다.

EU는 전기차 외에도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의료기기, 주석 도금 강판 등에 대한 덤핑 조사에 착수하는 등 중국의 저가공세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남미 주요 철강 생산국인 멕시코는 중국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내렸고, 태국 역시 열연코일 등 관련 품목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가 신산업 분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향후 다양한 산업에서 대(對)중국 제재를 강화할 경우,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다만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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