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재명 선거법 위반 재판 선고, 통상적 판단대로 하라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고 공판이 11월 15일로 잡혔다. 앞서 20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求刑)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 이 대표와 민주당은 온갖 꼼수를 동원해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켜 왔다. 그 결과 대법원 판결까지 6개월 안에 끝내야 하는 선거법 위반 재판이 1심 공판에만 2년 이상 걸렸고, 1심 법원이 예정대로 11월 15일 선고하더라도 무려 2년 2개월 만에 결론이 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이던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개발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만약에 (용도 변경을) 안 해 주면 직무유기, 뭐 이런 걸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했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결심 공판 법정에서는 "수년간 걸친 이야기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7분 안에 답변해야 해 압축적으로 하다 보니 이야기가 좀 꼬인 건 있다"고 주장했다. 7분은 1회 발언에 해당한다. 실수했다면 다음 답변 때 수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당시 이 대표는 '말이 꼬인 것'이 아니라 국토부 압박이 있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이야기가 꼬였다는 것은 상황을 호도하려는 궤변(詭辯)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결심 공판 최후 변론에서 '검사가 자신이 모시는 대통령의 정적(政敵)이라고 해서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감옥 보내고 정치적으로 죽이는 것이 맞느냐'고 했다.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알았느냐, 몰랐느냐' '국토부 협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라는 법률적 쟁점 사안을 '정치 공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 대표 지지자들과 좌파 진영에서도 '법원이 유력한 대선 후보의 정치적 운명을 갈라서는 안 된다. 국민 판단에 맡기자. 그것이 민주주의에 부합한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자들이 있다. 그런 식이라면 삼권분립도 법원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법원은 유력(有力) 정치인을 위한 면죄부(免罪符) 발부 기관이 아니고, 재판은 힘센 정치인의 죄를 사(赦)하는 절차가 아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원내 제1당 대표이고,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大選走者)이다.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또 민주당이 지난 대선 기간 썼던 정치자금(약 433억원)을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만약 법원이 그런 점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거나, 100만원 미만 벌금 판결을 한다면 재판은 법 정의 실천이 아니라 '면죄부 발부'에 불과해진다.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통상적(通常的) 형사재판일 뿐이다. 그런 사건에 대해 법원은 통상적인 선고를 해 왔다. 이번 사건 역시 법원은 통상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재판에 피고인의 지위나 정치가 개입하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의 기준과 범위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선거법도, 법원도, 재판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되면 출마자들은 거짓말을 쏟아 낼 것이고 선거는 거짓말 대회가 되고 만다. 재판에 정치를 대입(代入)하면 법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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