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인투자'에 사채 쓴 군 간부들…담보가 '암구호'?

금전 융통하며 암구호 공유
민간인 군부대 출입 정황은 없어 보여

군인 자료사진
군인 자료사진

국내 한 군부대에서 군인들이 3급 비밀인 암구호(아군과 적군 식별을 위해 정해 놓은 말)를 민간인에게 유출한 정황이 불거져 수사 기관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며 담보로 암구호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충청도 지역 모 부대 등에 근무하는 군 간부들이 민간인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올봄 군 정보수사기관인 국군 방첩사령부가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들은 사채업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동산이나 부동산과 같은 담보 대신 암구호를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돈을 빌려 간 군인들의 지위도 위태로워지므로 사채업자들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느 쪽이 담보 성격으로 암구호 공유를 먼저 제안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빌린 돈은 수백만 원 수준인데 암구호 이외의 다른 담보는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빌린 돈을 가상화폐 투자와 사이버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암구호를 유출한 군인들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사병이 아닌 간부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군과 검경은 사채업자들이 암구호를 입수한 동기가 미심쩍다고 보고 민간인의 군부대 출입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비밀로 규정된 암구호는 단어 형식으로 매일 변경되고, 전화로도 전파할 수 없다. 유출되면 즉시 폐기되고 암구호를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보안성이 강조된다. 초병이 '문어'(問語)를 말하면 대상자는 '답어'(答語)를 외치는 방식으로 피아 식별을 한다. 보초는 문어와 답어가 맞으면 경계를 풀고 문을 열어준다.

한국전쟁 당시 야간에도 국군과 인민군을 식별하기 위해 지금은 세간에도 잘 알려진 '화랑'(문어), '담배'(답어) 등의 암구호를 쓴 게 대표적이다.

이번 수사는 사건을 인지하고 군인들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 군과 대부업자 등 민간인에 대한 수사를 맡은 검경이 함께 진행했다.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물을 확보했고, 가담자 신병 확보도 이뤄진 만큼 사건 관련자에 대한 기소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3급 군사 기밀을 누설한 군인에게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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