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경 수사권 조정 3년…인력 보강에도 수사 부서 과부하

비슷한 시기 신임 수사관 대거 유입…"체감 난도 더 높아"
경찰 "불송치 결정권 생기며 관리 문서도 많아져"
지난해 사건접수 반려제도 사라져…1인당 보유 사건 수 급증

경찰 이미지
경찰 이미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가운데 수사 인력 보강에도 불구하고 일선 경찰들은 여전히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시기와 맞물려 신임 수사관만 대거 유입되고 최근 사건접수 반려 제도까지 사라지면서 체감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서에서는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입 경찰들이 떠밀리다시피 수사부서로 발령나면서 사기 등 지능범죄 수사 기간은 늘어지기만 한다.

지난해 2월 대구의 한 경찰서에 수억원 상당의 건축사기 피해와 관련해 고소장을 낸 한 고소인은 경찰 수사만 1년 넘게 이어졌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증거가 명백한데도 수사는 늘어지기만 했고 고소인이 경찰에 항의하자 고소한지 1년이 다 지나서야 수사담당자가 경력이 많은 경찰관으로 교체됐다. 그 사이에 사기꾼은 활보하고 다녔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고소한지 2년이 다 돼서야 검찰로 송치됐고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사기꾼은 곧바로 구속됐다.

이 고소인은 "변호사를 통해 모든 증거를 제시했지만 수사를 맡은 신입 경찰은 무엇을 수사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답답할 지경이었다"고 답답해했다.

◆대구 경찰, 한 해 11만 건 넘는 사건 처리

지난 2021년 1월 1일부터 검사의 직접 수사 개시 대상 범죄를 축소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이 발효됐다. 이로 인한 사건처리 부담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대구경찰은 한 해 동안 11만 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경찰서 1곳 당 1만 건 안팎의 사건을 매년 처리 중인 것이다. 지난해 대구 경찰이 처리한 사건은 모두 11만9천785건으로, 전년(11만4천598건)보다 4.5% 늘었다.

지난해 기준 수사관 수 역시 1천439명으로 전년대비 4.0% 늘었지만 체감하는 업무강도는 훨씬 높아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비슷한 시기 신임 수사관들이 일선 수사 부서에 대거 유입되면서 베테랑 수사관 대비 경력 및 노하우 부족에서 비롯되는 업무 과중이 크다는 것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수사경력 1년 이하인 '신임 수사관' 비율은 2020년 10.7%, 2021년 13.3%, 2022년 10.6%, 2023년 10.6% 로 집계됐다. 형사소송법 개정과 같은 시기에 약 3% 포인트(p) 가량 신임 수사관 비중이 급증한 데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맡아야 할 사건 수가 많아질 것을 우려해 경력이 많은 경찰관들이 이탈한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렇게 빠진 인력은 신임 수사관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는 게 대구경찰청의 설명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 불송치 결정권한이 생기면서 송치결정, 불송치결정, 수사중지 결정 등 결정의 종류에 따라 기록을 분류해야 해 관리할 문서와 이로 인한 부담도 늘었다는 푸념도 나온다. 과거 경찰은 사건 수사 결과에 송치 또는 불송치 의견을 달아서 모두 검찰로 보내, 검찰에서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불송치 사건은 경찰에서 관련 기록을 보관하고, 검찰이 송치 사건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대구 경찰 A씨는 "경찰 선에서 불송치 결정한 사건이더라도 피의자가 다수인 사건 등은 기록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기록을 분리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건 기록 보관 업무 등도 늘었다"고 푸념했다.

대구경찰청 전경
대구경찰청 전경

◆검찰 수사 범위 축소…경찰 직접 수사 범위는 늘어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 범위가 주요 사건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경찰이 직접 수사해야 하는 사건들은 폭증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개정 검찰청법 4조에 명시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찰이 수사를 맡게된 것이다.

B경찰관은 "과거에는 검찰청으로 접수돼 검찰이 수사를 맡았던 고소, 고발 및 민원 관련 사건들도 일선 경찰로 다 내려 온다"며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줄어들면서 경찰로 하달되는 사건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 선에서 사건 접수를 반려시키는 제도가 지난해 11월 사라지면서 고소‧고발 사건이 모두 접수 처리 되는 바람에 일선 경찰서의 사건 보유 건수 자체는 더 늘어났다. C경찰관은 "과거에는 친족 고소와 같은 경우엔 민원인을 설득시켜 사건 접수를 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 이런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최근 경찰 인원은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경찰서로 접수되는 사건 건수가 늘다보니 1인 당 보유하는 사건 건수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수사인력 보강 및 근무여건 개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수사부서 업무가 힘든 상황인 건 맞다. 한 사건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퇴근 이후에도 업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고 사건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 인력 보강은 계속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제범죄팀과 사이버범죄 팀을 합친 통합수사팀을 출범시키는 등 여러 방면으로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단순 인력 보강 뿐 아니라 내부 조정을 하면서 업무 과부하도 덜어주려 하고 있다. 수사 효율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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