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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 산하 시설장 상대 갑질… 노조 "해임 촉구 계획"

노동당국 조사 결과 괴롭힘 인정… 650만원 과태료 부과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사실 제3자에게 유출되기도
시설장 A씨 "정상적 업무 추진 불가, 시설 회원에게 폐 끼쳐"
대표 "괴롭힘 중 일부만 인정 돼, 이의 신청 고려할 것"

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 매일신문 DB.
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 매일신문 DB.

대구 남구의 한 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가 산하 정신재활시설의 시설장을 여러 차례 괴롭혔다는 노동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고발한 시설장은 괴롭힘으로 인해 시설의 이용객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재활시설 시설장 A씨에 따르면, 괴롭힘은 지난해 3월 사회복지재단의 대표이 B씨의 부임과 함께 시작됐다. B씨는 A씨에게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경위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통화 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B씨의 집요한 괴롭힘은 자신의 정상적인 업무 추진을 막는 방식으로도 이어졌다.

일례로 지난해 6월 재활시설 내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회원들이 거주하는 곳에 곰팡이가 퍼지자, A씨가 속한 정신재활시설은 남구보건소에 건물 리모델링 예산을 요구했다. 남구보건소는 약 6천9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대표이사 B씨는 '곧 재개발이 시작돼 시설을 수리할 필요가 없다'며 A씨에게 예산 반납 지시했다.

이에 대해 A씨가 재개발에 따른 이사 계획과 당장 누수를 잡을 대책이 있는지 반문하자, B씨는 "대안은 없으며, 시설장이 알아서 하라"며 납득하기 힘든 방식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최근 방문한 정신재활시설의 남성 생활 공간. 10미터 남짓의 복도의 반 이상이 곰팡이로 얼룩져 있었다. 바닥 외에도 벽지와 천장 곳곳에서 물이 새 곰팡이가 핀 상황이다.
최근 방문한 정신재활시설의 남성 생활 공간. 10미터 남짓의 복도의 반 이상이 곰팡이로 얼룩져 있었다. 바닥 외에도 벽지와 천장 곳곳에서 물이 새 곰팡이가 핀 상황이다.

B씨가 정신재활시설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회원들 앞에서도 괴롭힘을 자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시설 팀장급 직원 C씨는 "올해 4월 모든 회원이 모여 재활 치료 과정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급작스럽게 B씨가 찾아와 큰 목소리와 삿대질로 직원들을 책망했다"며 "큰 소리에 놀란 회원 일부가 인권 침해로 신고하겠다며 불안에 떠는 것을 겨우 진정시켰다"고 했다.

대구지방노동청 서부지청은 지난 19일 해당 사건을 조사한 끝에 B씨가 여러 차례 A씨를 괴롭혔다고 보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해당 사건을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B씨가 직원들이 모두 이용하는 공용 업무 메일로 괴롭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보내는 등 비밀누설 금지 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해 150만원의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했다. 다만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된 구체적 사례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 괴롭힌 사실이 있다고 봤으나, 피진정인인 B씨가 이의를 신청하고 증거 자료를 제출할 경우 비교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 이의 신청이 들어왔을 때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A씨는 현재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받았지만, 괴롭힘으로 인해 더 이상 업무를 지속할 수 없다며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해당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B씨의 해임을 요구할 계획이다.

장영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구지역지부 사무국장은 "괴롭힘을 인정받은 이후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법에 명시되지 않아 피해자가 그만두는 일이 또 반복됐다"며 "A씨를 제외한 시설 직원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재발 방지책과 B씨의 해임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대표이사 B씨는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B씨는 "나 역시 A씨와의 근무에서 어려움이 많았으며, A씨가 주장하는 혐의 중 일부만 괴롭힘으로 인정된 것으로 안다"며 "처분 내용을 전문가와 검토한 뒤 이의 신청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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