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오전 11시쯤 찾은 달성1차산업단지 내 한 비닐 제조업체. 컨테이너 건물로 들어가니 350㎡ 상당의 넓은 제조 현장이 펼쳐졌다. 3m는 훌쩍 넘는 압출기 12대가 띄엄띄엄 들어서 있고, 곳곳에 기다란 원통형 비닐들이 쌓여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현장 근무자들이 비닐 제조 기계에 원료를 넣고, 제품이 나오면 자르고 포장해서 옮기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곳 넓은 현장에서 작업 중인 직원은 한국인 1명과 필리핀 1명 등 2명에 불과했다. 전체 직원은 9명으로, 현장 인력은 오전, 오후, 야간 각각 2명씩 모두 6명뿐이다. 한 타임에 작업자가 2명뿐이니 가동률은 30% 수준에 그친다. 관리, 경리 업무는 업체 사장의 아들과 아내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구인난을 겪는 업체 사정은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이어졌다. 현장 내부 온도는 36℃에 달할 만큼 후끈했지만, 냉방시설이라곤 작업 현장과 멀리 떨어진 이동식 에어컨 하나뿐이었다. 이날 만난 오전 작업자 2명은 더운 내부 열기에 작업복을 제대로 입지도 않고, 반 팔·반바지 차림으로 작업 중이었다. 현장 옆 건물 내 사무실과 사장실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에 의존했다.
업체 사장 A씨는 "요즘은 젊은 사람 대부분 대학을 나왔고, 그런 이들에게 제조업체 취직하라고 하면 모욕이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외국인조차 뽑기 어렵다. 현재 일하는 3명의 외국인 노동자도 뽑는 데 1년 정도가 걸렸다. 1명을 추가로 구하는 중인데 고용센터에 신청해 1년 가까이 기다리고 있으나 연락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직원이 모자라 모든 일을 떠안은 소규모 제조업체 사장들은 고사 직전이다. 직원이 갑자기 관두면 사장이 직접 현장에 나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영세제조업 업체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내몰려 있다. 규모가 작을수록 젊은 내국인 채용은 기대하기 어렵고, 외국인을 고용해 빈자리를 겨우 채우는 실정이다.
6일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대구 5인 미만 제조업체의 미충원율(구인 대비 미충원 비율)은 7.4%로, 전체 산업(3.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대구의 5~9인 미만 제조업체의 미충원율은 14.7%, 전체 산업(4.5%)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실장은 "사실상 영세한 제조업체들은 사장 1명이 운영하는 1인 기업과 다름이 없는 셈"이라며 "사장이 업무에 시달려 채용을 진행하기도 힘들고, 생산성이 떨어져 들어오는 일거리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신규 설비를 도입하지 못해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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