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꺼내 든 '통일 포기론'은 개인의 신념 표출로 보기 어렵다. 지난해 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라 칭한 뒤 순차적인 조치들이 들려 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 기구가 해체됐다. 희한한 것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자칭 통일운동 단체라던 이들의 움직임이 묘연해졌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이런 마당에 임 전 의원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했다. 단순히 통일이라는 과제를 후대로 넘기자는 말로 듣기 어렵다.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 영토 규정과 통일 조국을 향한 청사진을 지우자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세현 전 장관도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정부 대북 정책의 공과(功過)와 실현 과정이 궁금해진다.
임 전 의원의 북한을 향한 애정은 유별났다. 1989년 전대협 의장으로 한국외대 4학년생 임수경(전 민주당 국회의원)을 북한에 보냈던 그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대북 정책 설계에 관여했으리라는 짐작은 합리적 추론이다. 2018년 남북 화해 분위기로 대북 사업들이 대거 발표돼 기대감을 높일 때도 그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 경계 풀린 유화책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했지만 문 정부는 시대착오적 색깔론이라며 일축(一蹴)했다.
이러니 임 전 의원이 '통일 포기론'을 들고나온 저의와 문 정부의 대북 정책에 의구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2018년 국민적 궁금증을 낳았던 남북 정상의 판문점 도보다리 담화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넘겨준 USB의 내용물은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의 오랜 대북 정책은 햇볕 정책에 바탕을 둔다지만 북한 지도부를 향한 훈풍일 뿐이다. 8년째 이사 추천을 미루며 북한 주민 인권을 위한 북한인권재단 구성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민주당의 일관된 대북 저자세를 되짚어 봐야 할 적기(適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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