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 기조로 제조업체의 구인난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용·일자리 문제에 대해 30년 가까이 연구해온 김용현 경북연구원 경제학 박사와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온 김용철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성서공단지회 상담소장과 함께 개선 방향과 대안을 살펴봤다.
◆20돌 맞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바뀐 현실 반영해야"
올해로 시행 20주년을 맞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업계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외국인 고용에 필요한 허가서를 발급받기 위해선 ▷7일간 내국인 구인노력을 할 것 ▷외국 근로자 고용 가능 사업장일 것 ▷외국인 구인 신청 2개월 전부터 허가서 발급일까지 내국인 근로자를 이직시키지 않았을 것 ▷허가서 발급일까지 임금을 체불하지 않았을 것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을 것 ▷출국만기보험 및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있을 것(외국인 근로자 고용 사업장인 경우) 등 여섯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선, '내국인 구인노력'이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을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선 국내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구인노력 기간에 내국인을 많이 고용한 사업장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 외국인 근로자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내국인 고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소규모 업체일수록, 외국인 근로자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김용현 경북연구원 박사는 "이러한 조치가 과거엔 나름 타당했지만, 제조업과 농업 등 일부 업종에서 내국인 지원자가 부족한 현재 시점과는 맞지 않다"며 "내국인 구직이 상대적으로 적은 업종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거나, 질적 평가를 도입해 단순 내국인 고용 실적만이 아닌 구인노력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검토하고, 노력이 인정되면 고용 실적과 관계없이 가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현행 제도에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우수 기숙사'를 설치한 사업체에 가점을 주고 있다. 영세한 업체일수록 기숙사를 운영할 여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 배정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 박사는 "영세한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기숙사를 세우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 내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숙사를 지원해 영세 업체도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떠나는 숙련공 잡아라…비자 연장·재고용 제도 개선도
어렵게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가 비자 문제로 우리나라를 떠나야 하는 현실도 개선이 필요하다. 비자가 만료됐음에도 불법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를 계속 쓰다가 업주가 법적·금전적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고, 외국인 근로자 또한 불법 체류 중엔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에 한 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대표적으로 기존 E-9(비전문취업), H-2(방문취업) 체류 자격을 지닌 외국인 근로자들을 숙련기능인력(E-7-4)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숙련기능인력(E-7-4) 선발 요건 중 하나인 근무 기간을 기존 5년에서 4년으로 완화하고, 고용인원 허용 기준을 변경해 선발 인원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런데도 숙련근로자 수요와 비교해 실제로 전환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전환 요건은 여전히 까다롭다는 불만이 여전히 나온다.
아울러 숙련기능인력 선발 외에도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의 기술을 후임 외국인 근로자에게 전수할 수 있는 제도 또한 필요하다.
김 박사는 "숙련기능인력 선발엔 학력과 한국어 능력 등이 고려되는데, 이는 지역 대학들과 연계를 활성화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체류 기간이 만료된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더 머무를 수 있게 자격을 부여하고, 그동안 같은 국가 출신의 후임 근로자를 대상으로 기술 교육을 진행토록 하는 고용 연계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만하다"며 "후임 근로자가 언어 장벽 없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직장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떠나고 싶지 않은 나라' 만드는 것도 중요
외국인 근로자가 계속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일 또한 중요하다. 비자 발급을 확대하고, 체류 기간을 늘려도 외국인 근로자가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이 대구고용노동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산업재해로 부상을 당한 외국인 근로자는 1천222명이다. 이 가운데 83.1%(1천15명)가 50인 미만 업체, 65.8%(804명)가 제조업 종사자였다.
김용철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성서공단지회 상담소장은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재정 문제로 안전 설비에 대한 투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한국인들은 위험한 일자리를 계속 기피하고, 그 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게 된다. 이는 정주노동자(한국 국적 노동자)보다 이주노동자에게 산재 발생이 3배 더 높은 데서도 알 수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로 지적되는 현재의 이주노동자 활용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민청'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이민청 설립은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물살을 타다 국회 임기가 끝나며 폐기됐다. 그러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이민청 설립 법안은 또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김 소장은 "현재 이주 관련 업무는 10여 개 부처로 나누어져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만큼 흩어진 부처 업무를 모으는 의미에서 이민청 설립은 중요하다"며 "여기에 이민청이 지향하는 이민 정책의 내용과 방향 또한 매우 중요한데, 사실상 이주민의 90%는 노동자인 만큼, 이주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적응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주들의 태도와 인식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차별과 부당 대우를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김용철 소장은 "산업인력공단이나 고용센터 주도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체 업주 또는 이주노동자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이주노동자 인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고용허가제 실무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법률과 노동법,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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