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없는 강당서 육성으로?…TK신공항 전략영향평가 의성군 주민설명회 '파행'

시작 20분만에 주민 모두 퇴장…"화물터미널 배치없는 평가 결과 설명 필요없어"
설명회 앞서 주민 등 500여명, 국토부·대구시 규탄 집회

24일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20여분 만에 파행했다.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장내를 정리하는 중에도 국토부 용역 수행업체 관계자가 관련 설명을 육성으로 이어가고 있다. 장성현 기자
24일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20여분 만에 파행했다.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장내를 정리하는 중에도 국토부 용역 수행업체 관계자가 관련 설명을 육성으로 이어가고 있다. 장성현 기자

24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대구경북(TK)신공항 전략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일부 주민들의 항의와 고성 속에 20여분만에 파행했다.

참석한 주민들이 모두 자리를 떠나고 강당 의자를 정리하는 상황에서도 국토부 관계자가 육성으로 설명을 이어가는 등 '주민없는 주민설명회'를 강행하는 촌극도 빚었다.

국토부는 24일 오전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민간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수행 규정에 명시된 주민의견수렴 절차에 따라 마련됐다. 설명회에는 의성군 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와 비안면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설명회는 시작하자마자 2분 만에 중단됐다. 박정대 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장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공동합의서에 명시된 의성군 화물터미널 배치와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단지가 빠져 있다. 합의문 내용을 포함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제시하라"고 반발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의성 지역 화물터미널은 관계기관 협의 중이며 향후 환경영향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반발 분위기는 더욱 격화됐다.

주민들은 "더 이상의 설명회는 의미가 없다"면서 강당 내 빔프로젝터를 끄는 등 진행을 막았고, 20여분 만에 대부분 강당을 떠났다.

24일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국토부 관계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24일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국토부 관계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의성군 제공.

일부 주민들은 이후에도 항의를 이어갔다. 한 주민은 "국토부가 화물터미널에 대한 답을 정해두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구시가 경북도, 의성군과 맺은 공동합의문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데 국토부는 어떻게 믿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오전 10시 35분쯤 모든 주민들이 떠나자 국토부는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를 재개했다. 마이크가 전원이 꺼진 탓에 용역수행업체 관계자는 육성으로 5분 간 전략환경영향평가 설명을 이어갔다.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의용소방대원들과 비안만세센터 관계자들이 강당에 배치한 의자들을 정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없는 주민설명회'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공청회를 요구하면 관련 절차에 따라 공청회를 열 것"이라며 "설명회를 주민들이 듣지 못한 점은 관련 규정을 검토해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 4일까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24일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 앞서 주민 500여명이 대구시와 국토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고 있다. 의성군 제공.
24일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 앞서 주민 500여명이 대구시와 국토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고 있다. 의성군 제공.

한편 이날 주민설명회에 앞서 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와 지역 사회단체, 주민 등 500여명은 비안만세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국토부와 대구시를 비난했다.

박정대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은 책임의 소재를 두고 공동합의문 이행 촉구 등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의성군을 향해 '떼법'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재완 비안면신공항지원대책위원장은 "국토부는 과연 지방공항 활성화에 대한 생각은 있는지, 동네공항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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