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동, 급격히 고조되는 전면전 가능성…헤즈볼라 사기 완전히 꺾기 위한 전략

이스라엘 650차례 공습, 시설 1천600개 타격
헤즈볼라 "침공할테면 해보라"며 이스라엘 북부 겨냥 공격 박차

이스라엘군의 융단 폭격이 이어지자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가지에 지역에서 피란하는 현지 주민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49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융단 폭격이 이어지자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가지에 지역에서 피란하는 현지 주민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49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카 계곡 바알베크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49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카 계곡 바알베크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49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정정파 헤즈볼라 간 공습이 지상군이 투입되는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시간) 헤즈볼라를 겨냥해 융단 폭격을 감행하면서 레바논이 2006년 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레바논 전역에서 최근 24시간 동안 약 650차례의 공습을 감행, 헤즈볼라 시설 1천60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공습으로 지금까지 35명의 아동과 58명의 여성 등 최소 492명이 사망했으며 1천645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융단 폭격, 이유는?

그동안의 무력충돌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겨냥해 공세 수위를 급격하게 높였다는 분석이다. 압도적 무력과 정보력, 공작역량을 드러내 헤즈볼라가 더는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리스크를 끌어올리면서(Raising the Stakes) 헤즈볼라가 물러설 것이란 도박을 걸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더 거세진 이스라엘의 공습은 헤즈볼라의 월경(越境) 공격을 멈추기 위해 얼마나 단단히 결심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이후 헤즈볼라의 산발 로켓 공격에 북부 주민을 피란시킨 채 비교적 수세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최근 전면전을 불사할 태도를 보이며 공격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하지만 헤즈볼라의 기가 꺾일 것이란 이스라엘 측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로선 반대 결과가 일어났다"고 NYT는 진단했다.

헤즈볼라는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할 때까지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거듭 재확인했다.

NYT는 "심지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에 레바논 남부를 침공할 테면 해보라고 부추기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친다면 승리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교착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짚었다.

◆공포에 휩싸인 레바논

레바논에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레바논 현지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혼란 상태다.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남부 국경 지역에선 수만 명의 시민들이 북쪽을 향해 피난에 나섰다.

수도 베이루트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는 가족과 함께 각종 가재도구를 실은 자동차들로 가득 메워졌다.

아직 피난을 떠나지 않은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전쟁 발발에 대비하기 위해 보존이 쉬운 통조림 등을 구입하거나, 미리 연료를 사놓으려는 시민들로 각 매장이 가득 찼다.

레바논 국민들은 지상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인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일반전화에 무작위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설치된 테러 관련 시설을 파괴할 예정이다. 당신들을 해치고 싶지 않으니 당장 집을 떠나라'는 아랍어 메시지다.

이스라엘군의 경고 메시지에 집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를 레바논인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레바논 남부 국경의 피난민은 11만명에 달한다.

◆긴박한 국제사회

국제사회가 양측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수백명이 사망하며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데에 우려를 표명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격렬한 이스라엘의 폭격 작전으로 블루라인 상황이 악화하고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다수 민간인 사상자와 실향민 수천명이 나온 데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주요 7개국(G7)은 중동지역에서의 확전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이 보도했다.

아랍국가들도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지역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요르단은 레바논과 연대를 표명하며 '이스라엘의 침략행위'에 유엔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레바논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모든 당사자에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국영 SPA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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