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폭 사건 98.2% 조정…직접 중재 나서 갈등 푼 지역 교사들

지난 6개월간 학폭 사건 당사자들 대화모임 57건 진행
학폭위 처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보복 행위 예방 역할도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학교폭력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학폭) 건수와 소송이 해마다 늘어나는 가운데 지역 교사들이 중재자로 나서 학폭 문제를 조정·해결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회복지원단(이하 관지단)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개월 간 학교폭력 갈등 당사자들의 관계 회복을 위한 '회복적 대화모임' 57건을 진행, 총 460명(학생 304명, 교사 108명, 학부모 48명)을 지원했다. 이 중 1건을 제외한 56건(98.2%)은 당사자들의 소송 취하, 학교폭력대책심의위(학폭위) 신청 취소를 이끌어내 학교장 자체 해결로 마무리됐다.

지원단은 지난 2019년부터 도입된 조직으로 올해 대구 교사 64명(주축 요원 8명, 현장 실천가 교사 56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자녀가 학폭 피해로 어려움을 겪어 학폭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교사도 있다.

학폭은 학교장 자체 해결이 어려울 경우 관할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학폭위를 열어 학폭 여부 및 징계 수위를 판단한다. 학폭위 처분 결과에 불복하거나 갈등이 심할 경우 소송 등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관지단은 학폭위가 열리기 전, 학폭위 심의 중, 학폭위 처분 후 등 당사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대화모임을 열어 양측의 실질적인 관계 회복을 지원한다. 사전 대화, 본 대화, 사후 대화 모임 총 3회로 진행되는데, 모임이 한번 열리면 보통 3시간 이상, 길게는 8시간 이상도 이어진다.

이들은 가해자들이 폭력을 단순히 장난으로 생각해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안임자 시교육청 파견교사는 "피해자들은 학폭으로 인해 전체 삶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을 직접 들으면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관지단은 학폭위 처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보복 행위를 예방하는 데에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민서 시교육청 파견교사는 "가해자가 자신이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재발 방지 약속을 하도록 하고 사후 대화 모임을 통해 약속이 지켜졌는지 확인한다"며 "피해자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으면 상처가 치유됐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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