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거꾸로 가는 대구시 취약계층 노인돌봄정책

채현탁 대구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채현탁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채현탁 대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8월 말 대구시가 발표한 재가노인지원서비스 개편 추진 계획을 두고 사회복지 현장, 특히 재가노인돌봄센터는 폭탄을 맞은 상황이다. 그동안 적은 예산에도 전문성을 갖고 묵묵히 재가노인지원시비스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수행해 온 종사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전체 시민 가운데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대구시가 고령 친화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겠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석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의 발표여서 더 혼란스럽다.

초고령사회에 대구 시민들이 겪을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돌봄 문제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보호망을 양적으로 확충하고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은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선진 대한민국의 핵심 과제다. 이것은 약자부터 두터운 복지를 앞세운 중앙정부의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서도 잘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구시의 발표는 노인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확대가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 유사와 중복을 이유로 재정을 축소하고 청년 복지 인력 69명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의 긴축 재정 기조 과정에서 사회 정의를 위해 반드시 포함해야 할 예산까지 '유사성과 중복'이란 프레임으로 대치하고 있어 안타깝다.

다가오는 10월 초는 대구시가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는 시기여서 이 시기를 놓치면 내년에는 서비스 중단과 청년 복지사 해고가 바로 진행될 수 있어 바람직한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9월 말이다.

취약계층 노인돌봄은 사회 정의를 위해 반드시 강조돼야 할 대구시 과제다. 이 정책이 거꾸로 가지 않도록 대구시와 돌봄 관계 기관은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반드시 검토해 보길 권유드린다.

첫째, 취약계층 노인의 생활 관점에서 두 가지 서비스의 유사성과 중복성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 그동안 대구시를 포함한 전국의 취약계층 노인돌봄서비스는 양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서울, 부산, 광주, 대전시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지자체만의 특별한 돌봄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자칫 중복이 아니라 서비스 누락으로 이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현대적 복지는 지자체의 공적인 힘만으로 추동해 갈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 복지는 2000년 초기부터 거버넌스 기조 속에서 다양한 민관 협력에 기초해 발전해 왔다. 노인돌봄서비스도 지자체의 정책 결정, 재원 마련과 민간기관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협력 속에서 추진됐다. 결국 지자체와 민간기관의 파트너십에 의해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민간기관의 의견을 깊이 경청하고 수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대구는 초고령사회로 노인돌봄 문제 해결의 선두에 대구시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정적인 대구시의 예산 구조 속에서도 필수적으로 할당해야 할 재원이 바로 취약계층 돌봄 예산이다. 경제 발전과 복지 낭비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경제 발전과 선순환 구조 속에 있는 복지의 역할을 이해하면서 초고령사회를 대비해야 할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지자체의 복지정책이 시민과 유리된다면 대구시 복지는 후퇴하게 된다.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은 결국 취약계층 노인이며, 이들과 이웃하고 있는 대구 시민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 조정 기간 동안 대구시와 돌봄 관계 기관은 보다 현장 지향적인 소통 활동을 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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