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팔공산 봄바람은 24번 분다”

이승준 팔공산국립공원서부사무소 자원보전과장

이승준 팔공산국립공원서부사무소 자원보전과장
이승준 팔공산국립공원서부사무소 자원보전과장

지난해 12월 31일, 팔공산이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지역사회와 함께 도약하는 팔공산국립공원'을 비전으로 제시해 보전과 상생발전을 위한 새로운 비상의 기지개를 켰다.

국립공원 지정을 고대하던 각계의 많은 분들에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반갑고 뜻깊은 경사가 분명하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순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열대지방의 갑작스런 스콜(Squall) 같은 여름철 짧고 세찬 장맛비를 자주 경험하며, 기후변화가 예사롭지 않게 우리 삶을 미지의 환경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팔공산국립공원이 지정된 것이다.

이런 다소 다급한 상황에서 국립공원공단은 전국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국립공원 공통으로 '계절알림이종' 장기 모니터링 과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봄철에 9종 식물을 선정하여 전국적 개화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팔공산국립공원은 당초 봄철 '계절알림이종' 모니터링 과제를 더욱 고도화하고 다양성을 증대시켜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융합된 새로운 지역사회 및 대국민 서비스로 '팔공산국립공원 24 화신풍(花信風) 선정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옛 선비들이 풍류 속 시제로 즐기던 꽃바람을 현대에 재조명한 국내 첫 시도로 팔공산의 24종 봄꽃과 그 꽃바람을 선정해 겨우내 추위에 움츠린 국민들이 팔공산국립공원에서 형형색색 릴레이를 펼치는 봄꽃 향연 속 심신의 건강 및 정서적 행복과 안정감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24 화신풍(花信風)은 매년 소한부터 곡우까지 120일 동안 5일 간격으로 새로운 꽃바람이 부는 첫 매화풍(梅花風)부터 마지막 연화풍(楝花風)까지, 꽃바람이 불어 꽃소식을 먼저 전한 뒤에 꽃이 핀다는 '봄철 꽃소식을 전하는 24번의 바람'으로서 형초기(荊楚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 전해지는 봄맞이 세시풍습에서 유래했다.

다만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봄꽃 개화 시기가 지역별로 사뭇 달라 이번 팔공산 봄꽃 24종 선정은 먼저 '전문가 자문 워크숍' 등을 통해 팔공산 만의 봄꽃철을 설정해 화신풍 24종의 봄꽃 후보종을 제안받았다. 내년 봄에 시민과학자 등 자원봉사자들의 본격적인 조사모니터링을 통해 개별 검증 작업을 실시한 뒤 '전문가 선정위원회'를 통해 최종 24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또 내년 하반기에 '팔공산 24 화신풍 봄꽃놀이 지도', '팔공산 24 화신풍 봄꽃 도감', '팔공산 24 화신풍 소개 리플릿' 등을 제작·배포하고, 2026년 봄에는 지역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팔공산국립공원 봄꽃놀이 행사를 기획해 팔공산의 아름다운 봄꽃 향연을 지역사회가 함께 깊이 향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팔공산 24 화신풍 조사 모니터링 자료는 범지구적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한 각종 정책 수립의 주요 기후변화 지표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팔공산 일원의 조사 장소, 시기에 대한 일련의 과학적 체계적 자료 축적(온도, 습도 등)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팔공산국립공원 24 화신풍(花信風) 선정 프로젝트' 를 통해 옛 선조들의 풍류와 멋에는 비록 미치지 못하지만, 팔공산의 봄꽃 향연을 더욱 아름답고 운치있게 즐길 수 있는 국립공원 봄꽃놀이 탐방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풍류와 멋으로 공감할 수 있는 팔공산의 봄꽃놀이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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