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죽곡정수장 사고 공무원, 공무상 재해 간병비 인상 혜택 못 받는다

용역업체 직원 구하려다가 의식불명된 공무원, 간병은 모두 가족 몫
공무원연금공단 "인상 적용 대상 아니다"
2년 지난 지금도 사건 수사 중…"신속히 처리되길 바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죽곡정수사업소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중독 사고로 쓰러진 공무원 김성배 씨. 매일신문DB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죽곡정수사업소에서 발생한 황화수소 중독 사고로 쓰러진 공무원 김성배 씨. 매일신문DB

정부가 직무를 수행하다 다친 공무원에게 지원하는 간병비를 인상했지만, 대구에서 청소 작업자를 구조하려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공무원(매일신문 2023년 7월 2일 등)은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 2년이 지났지만 수사에도 진전이 없어, 그 부담은 오롯이 간병을 도맡은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죽곡정수사업소의 정화조 청소 담당자였던 김성배(41) 씨는 2022년 7월 사업소의 지하 2층 저류조에서 청소 용역업체 직원이 황화수소에 중독돼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작업자 구조에 나섰다. 이후 독성뇌병증에 따른 사지마비를 진단받아 지금까지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성배 씨의 아내 이현주(41) 씨는 3일 동안 24시간 내내 남편 곁을 지켰다. 현주 씨는 남편 등에 욕창이라도 생길까 3시간마다 자세를 바꿔주느라, 밤에도 알람 맞춘 핸드폰을 손에 쥐고 쪽잠에 들었다. 콧줄로 경관식을 먹이고, 약을 챙기고, 목에 낀 가래를 빼는 것도 모두 현주 씨의 몫이다.

간병의 고단함만큼이나 현주 씨를 짓누르는 건 비용 부담이다. 성배 씨 월급은 병원비와 비급여 진료비, 각종 병원 비품 비용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간다. 24시간 교대로 간병하는 성배 씨의 어머니와 누나는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부터 현주 씨가 생업에 나섰지만, 시간제로 일하면서 공과금과 세금 등을 처리하는 수준이다.

지난 2월 현주 씨는 공무상 재해(공상)에 대한 간병비 지원액이 인상된다는 소식을 접했으나, 그 희망도 사그라졌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공상 공무원 간병비·진료비 현실화 방안'에 따르면, 소방·경찰 등 위험 직무 공상 공무원의 1일 간병비가 최대 6만7천140원에서 15만원으로 2배 이상 인상된다. 그러나 최근 성배 씨 가족들은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가족 간병이 이뤄지고 있어 인상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특정 개인에 대한 정보를 조회해서 안내할 수는 없다"면서 "간병비 인상은 개선된 제도가 명시한 요건에 따라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은 수사 결과라도 빨리 나오길 기다리고 있지만, 사건 발생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사는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대구경찰청이 외주업체 직원 3명과 공무원 2명 등 5명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로 송치했으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관련해서는 지난 13일에야 사건이 대구고용노동청에서 검찰로 넘겨졌다. 대구검찰청은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 중이며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주 씨는 "환자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데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돌봄에 전념하는 게 막막하기만 하다. 간병비라도 현실적인 금액에서 지원이 되면 훨씬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위험 직무를 수행하다 다친 공무원들에게 간병비 인상이 더 폭넓게 적용됐으면 좋겠고, 형사 사건 수사도 최대한 빠르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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