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용호천 기름띠 사태, 창녕군은 대책 마련 의지 있나?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에서 노말헥산추출물질 흘러나와 인근 농민들 생계 위협

창녕군청 전경.
창녕군청 전경.

15년 전 창녕군 대합면에 귀농한 A씨는 지난 8월 16일 오전 9시쯤 밭에 물을 대기 위해 용호천을 살피던 중 많은 기름띠가 하천에 떠 있는 걸 발견했다. 평상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가끔씩 기름띠를 목격했지만 이 날은 훨씬 더 심했기에 창녕군에 신고했다고 한다.

"이날 오전 10시쯤 창녕군에 즉시 신고했지만 군 차원의 즉각적인 조치가 없었다. 오후 4시쯤 다시 신고하고 나서야 군에서 부직포 등을 들고 와 기름띠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지만 이조차도 임시방편이었다"며 "부직포가 흡수하기에 너무 많은 기름띠가 형성돼 용호천 하류로 흘러내렸다"고 A씨는 주장한다.

농민 A씨가 이번에 기름띠가 형성된 용호천 위치를 가르키고 있다.
농민 A씨가 이번에 기름띠가 형성된 용호천 위치를 가르키고 있다.

이에 창녕군이 기름띠의 시료를 채취해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조사 의뢰한 결과, 넥센타이어 창녕공장 우수 저류조에서 흘러나온 물질로 인체에 유해한 농도의 노말헥산추출물질이란 사실이 판명돼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을 경찰서에 고발조치했다.

문제는 용호천 주변에는 80가구 이상이 거주하면서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A씨를 포함한 주민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이번에 발견된 기름띠 성분이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에서 흘러 나온 인체에 유해한 노말헥산추출물질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창녕군 행정 태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토로했다.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도 시료에서 검출된 수치(노말헥산추출물질(광유류) 893.2㎎/ℓ, 노말헥산추출물질(동식물유지류) 98.3㎎/ℓ)는 법적 기준치의 수 십 배에 이르러 인체에 매우 유해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용호천의 물을 직접 끌어와 농사로 생업을 이어가는 주민들의 생계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며 "창녕군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근본 대책 마련 의지가 제대로 있는지 궁금하다"고 개탄했다.

평상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용호천에 기름띠가 자주 형성되었고 작년과 재작년에도 용호천에서 기름띠가 발견돼 주민들이 군에 신고했지만 올해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창녕군의 용호천 기름사태 재발방지 노력이 현실적으로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창녕환경운동연합은 "노말헥산추출물질은 물환경보전법에서 금지한 명백한 유해물질이다. 주민들의 거듭된 신고에도 창녕군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용호천 인근 농민들은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에서 흘러나온 기름띠로 수 년 째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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