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관대함으로 세상을 바꾼다…TED의 성공 스토리

가장 다정한 전염
크리스 앤더슨 지음 / 부키 펴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가장 다정한 전염'이라는 제목 아래 달린 '혐오와 분열에 맞서 세상을 바꾸는 관대함의 힘'이라는 부제를 본 순간 너무 이상적이고 순진한 소리가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절로 책에 손이 갔다. 그만큼 우리는 각박하고 어두운 뉴스로만 가득한 세상에서 뭐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맘을 보듬고 싶을 만큼 지쳐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자신의 테드(TED) 성공담과 수많은 이들의 미담 사연들을 기반으로 자극적인 뉴스들이 눈길을 사로잡다보니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을 뿐, 선행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다.

TED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귀한 시간과 재능을 제공해 강연을 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것 자체가 '기적'이다. 당초 TED는 원래 엘리트 지식인들끼리의 비공개 오프라인 콘퍼런스로 강연 참가비가 주요 수입원이었지만, 앤더슨은 과감하게 '무료 공개'를 택했다.

그러자 영상에 감동받아 환호하는 시청자들로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치솟았고, 강연 내용을 현지 언어로 번역하겠다며 각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제는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마이클 샌델, 미셸 오바마 등 내로라하는 명사들의 지식과 영감을 100개 이상의 언어로 전 세계에 전파하며 해마다 10억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앤더슨은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콘텐츠를, 더 나아가 브랜드 자체를 나눠 주기로 한 것은 나와 내 동료들이 내린 가장 현명한 결정"이라고 회상한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동영상 유통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장하던 시점이었던데다, 인류가 갖고 있는 '관대함의 전염성'을 잘 자극한 덕분으로 풀이한다. 인간에게는 받은 대로 돌려주려는 성향이 있어서, 악행에는 복수심이, 선행에는 보답하고자 하는 욕구가 뒤따른다. 적대감은 적대감을 낳고 친절은 친절을 낳는 것이다. 게다가 꼭 자신이 친절의 수혜자가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제삼자에게 선행을 베푸는 모습을 보거나 듣기만 해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앤더슨은 이같은 친절의 연쇄반응을 설명할 수많은 사례를 제시한다.

조슈아라는 미용사는 어느 날 퇴근길에 마주친 노숙자에게 공짜로 머리를 깎아 주겠다고 제안했다. 머리를 깎는 동안 그 노숙자가 들려준 인생 사연에 감명받은 조슈아는 틈만 나면 거리로 나가 노숙자들의 공짜 미용사를 자처했고, 이들의 다양한 사연과 헤어컷 사진을 #DoSomethingForNothing(대가를 바라지 말고 뭐든 하라)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되면서, 이는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든 99세의 무어는 코로나19로 궁지에 몰린 의료진을 돕겠다며 자기 집 정원 100바퀴 돌기 챌린지로 모금 운동을 벌였다. 결국 무어는 100세 생일에 정원 100바퀴 돌기에 성공했고, 그의 도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당초 목표했던 금액을 훌쩍 넘어 무려 3천200만 파운드(한화로 540억 원)를 모금했다.

이 외에도 이 책 속에는 읽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가슴 따뜻한 사연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관대함의 파급력이 엄청날 수 있었던 건 인터넷과 SNS 덕분이다. 옛날 같았으면 기껏해야 수십, 수백 명 사이에나 알려졌을 일들이 이젠 순식간에 무수히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관대함의 전염성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한 시간 동안 행복을 원한다면 낮잠을 자라. 하루 동안 행복을 원한다면 낚시를 해라. 한 달 동안 행복을 원한다면 결혼을 하고, 일 년 동안 행복을 원한다면 재산을 물려받아라. 평생 행복하길 원한다면 남들을 도와라."(97쪽) 344쪽, 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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