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대구시내버스 노선 개편 초안이 공개되면서 학계와 관계 기관에서는 다양한 우려와 주문이 이어졌다. 도시철도와의 중복노선 축소가 바람직한 지에 대한 지적과 함께 용역 중간보고회가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밀실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대구시는 25일 오후 2시 시청 산격청사에서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방안 수립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업계와 학계 관계자 등 20여 명에게 처음으로 개편 초안을 공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날 대구시가 일부 공개한 개편 초안에는 도시철도 1‧2호선과의 중복을 줄이고, 대구 경산 공동배차 노선에 대구 버스를 줄이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경산으로 출퇴근 또는 통학하는 직장인, 학생 수요를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영근 영남교통정책연구원 원장은 "대구와 경산을 오가는 수요는 상당히 많다. 기존 승객의 이동권을 보장하려면 협의를 통해 경산 버스라도 더 투입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신규 수요에 대응하느라 기존 이용객이 불편을 겪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류장 5개 정도만 정차하는 직행 노선 신설과 관련해선 "직행 노선은 정류장 간 거리가 먼 만큼 정류장까지 접근성을 높이는 지선버스 노선을 보다 촘촘히 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비공개로 2시간 가량 진행된 보고회에서는 그간 대구시내버스노동조합에서 요구한 사항들이 개편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1월 대구 북구 도남동에 있는 버스 회차지에서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 중이던 60대 버스 기사가 화장실을 향해 돌진한 벤츠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여전히 같은 형태의 이동식 화장실이 대구에 11곳이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내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올 초 사고 이후 대구시에 꾸준히 이동식 화장실이 없는 곳으로 회차지를 옮겨 달라는 요구를 해왔는데, 오늘 보고회에 가서 보니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올 여름 체감 온도가 40도에 육박한 날씨에 이동식 화장실을 이용하면 위생적이지도 않고, 요즘 시대에 합리적인 근무 환경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노선 개편 확정안에는 제대로 된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종점 위치를 옮기는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운행 거리가 긴 장대 노선 축소 요구 역시 반영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장대 노선은 1회 왕복 시 5시간이 걸리는데 출‧퇴근 시간 등 많이 밀릴 때는 회차지에서 휴식도 못 하고 금세 다시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사들이 요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식사, 용변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장대 노선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용역 과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6억5천여만원을 들여 용역에 돌입한 지 2년이나 됐지만 그간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채 밀실에서만 논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용역을 2022년부터 시작했는데 어떤 필요성에서 출발했는지, 현재 노선체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등을 정확한 수치를 토대로 밝혀야 시민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며 "도시철도와 노선이 중복된다고 해서 버스 대수를 줄여 버리면 지하철 혼잡도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대안이 있는 지역이라고 해서 무작정 노선 버스를 뺄 게 아니라 승객으로 하여금 대중교통 수단을 취사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한된 예산 상황에서 대구시가 내세운 '증차 없는 운영 효율화'를 위해서는 논의가 더욱 세심히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이영우 대구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군위 대구 편입, 택지 개발 등으로 시내버스 서비스 지역이 확장했다. 대구가 광역화 하면서 시내버스 수요는 분산됐고, 한 대 당 승객 수는 줄었다"며 "이런 최근의 변화를 잘 감안해 광역화, 분산화된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보다 세밀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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