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명품 백 몰카 최재영과 그를 두둔하는 자들의 비(非)인간성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위원 8대 7의 의견으로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심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리자 최 목사는 "검찰은 수심위 결과를 존중해 그대로 적용하고 잘 이행해 줬으면 좋겠다"며 "제가 수심위를 요청하면서 바랐던 대로 100% 달성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지 않을까 걱정돼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고, '수심위 권고대로 검찰이 자신을 재판에 넘겨서 처벌해 달라'고 말한 것이다.

세상에 '자신이 선물 주며 청탁했다'고 스스로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재영이 이 희한(稀罕)한 짓을 하는 것은 선물을 준 자신과 마찬가지로 선물을 받은 김 여사도 죄가 있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다. 최재영은 개인적 인연을 이용해 김 여사에게 선물을 주면서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했다. 함정을 파서 상대를 빠뜨린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검찰과 수심위가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권고)하자 최재영은 스스로 수심위 소집을 요청해 다시 김 여사를 물고 늘어졌다.

김 여사가 최재영의 선물을 받은 것은 부적절했다. 하지만 최 목사의 행위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김 여사가 부적절했다면 그의 행위는 인간 양심과 인권을 농락한 것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평소 인연을 바탕으로 '성의'라며 선물을 주고 그것을 몰래 촬영해 당신을 부패한 사람으로 몰아간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가 인간임을 부정하지 않고서야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신이 무슨 세상이라도 구하고 있다는 듯이 으스댄다. 그런 자를 정의롭다며 응원하는 자들도 수두룩하다.

최재영은 목사라고 한다. 그가 섬기는 하나님이 사람을 그렇게 정치적 수단으로 여기고, 갈가리 찢으라는 가르침을 주었을까.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떠나, 최재영의 행위를 우리 사회가 용인해서는 안 된다. 그는 인간 양심과 정리(情理)를 난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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