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화 운동, 진짜와 가짜의 차이…장기표 Vs. 임종석 [석민의News픽]

◆반미 자주 통일 외치던 문재인 정권의 첫 대통령비서실장은 왜 갑자기 반통일 전사가 됐나?
◆文정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청년 강제 북송 사건'…반인륜 행위는 종북(從北) 탓!
◆민주화와 노동 운동에 헌신, 고 장기표…민주화 보상금 "파렴치한 짓", 진정한 현실주의자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영원한 재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22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2002년 7월 22일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인이 서울 영등포을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종북(從北) 성향을 비판하는 일부 사람들은 '림종석 동무'라는 별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임 전 실장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 출신으로 '반미자주통일'을 주창한 운동권 NL(민족해방) 계열의 대표적 인물입니다.

1989년 통일 운동을 한답시고 임수경(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을 국가보안법을 어기고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시킨 바로 그 장본인입니다.

웬만한 분들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NL 계열 운동권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는 핵심 어휘는 '반미' '자주' '민족' '통일' 입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2024 한반도 평화 공동사업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임 전 실장은 "통일하지 말자"는 당혹스런 말을 했습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면서 "통일하지 맙시다.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라고 했습니다.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 맡기자"고도 했습니다.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되어 있는 헌법의 영토 조항에 대해 "영토 조항을 지우든 지 개정하자"고도 주장했습니다.

황당하고 터무니 없는 'X소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될 때 중공군이 북한 지역으로 밀고 들어오면 우리는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방관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반민족, 반통일적 인물이 그동안 '민족' '통일' '민주'를 팔아 행세해 왔다는 사실에 경악합니다.

1988년 12월 21일 충남 공주교도소에서 민통련 정책실장으로 투옥됐던 고 장기표 선생(왼쪽 세 번째)이 가석방된 뒤 부인 조무하 씨(왼쪽 두 번째)와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왼쪽 네 번째)와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종석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실장의 연설은 지난해 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다음 달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도적으로 완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주체적 이념과 사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북한을 추종하는 맹목적 종북(從北)주의자로서 '림종석 동무'에 지나지 않는 인물이 한때 대한민국의 최고 핵심 권력을 장악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청년 강제 북송 사건' 등 아직 처벌받지 않은 문재인 정권의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왜 벌어졌는 지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김기현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숱한 여권 인사들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24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남북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고, 국익 앞에서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죽하면 '86운동권' 중 한 명인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조차 임 전 실장을 겨냥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뒤늦은 25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에서 "평화 통일을 추구하도록 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괴한 것은 이 대표가 직접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 아니라, 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이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 정신에 위배되고 당 강령과 맞지 않는 주장이며 평화통일을 추진하고자 하는 그간 정치적 합의와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이 대표의 뜻을 전했다는 점입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한없이 위축되고 초라해지는 종북 좌파들의 일반 군상들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임 전 실장은 이날도 "평화적인 2국가 상태로 하루빨리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왕래하며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현실적 방안"이라며 '2 국가론'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종북(從北) '가짜' 민주화 운동가와 달리, 고(故)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22일 별세하기 전 병상에서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윤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8년 12월 21일 충남 공주교도소에서 민통련 정책실장으로 투옥됐던 고 장기표 선생(왼쪽 세 번째)이 가석방된 뒤 부인 조무하 씨(왼쪽 두 번째)와 전태일 어머니 이소선 여사(왼쪽 네 번째)와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화 운동의 동지이자 반려였던 아내 조무하 여사는 "살 만큼 살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생명을 가진 인간의 의무이자 순리. 그러니 울지 마라"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전했습니다.

장기표 선생은 '진짜' 민주화 운동의 결정체입니다. 1945년생인 선생은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으나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서울대생 내란 음모 사건, 민청학련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5·3인천사태, 중부지역당 사건 등으로 9년간 옥살이를 하고 12년간 수배 생활을 했습니다.

민주화 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며 거부하고, 정치 권력이 된 좌파 진영과 귀족화한 노동계를 '운동권 사쿠라'라고 질타했습니다. 공천과 입각 제안은 "기존 정당으로는 우리나라의 고질병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거절했습니다.

선생은 '시대의 몽상가'라는 비판에 대해 "나는 지독한 현실주의자"라며 맞섰습니다. 사이비가 거짓과 위선으로 판 치는 이 땅에서 해방된 '진정한 민주화 운동가' 장기표 선생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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