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집트 출신 작가가 바라본, 한국 전통 설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

대구미술관 '와엘 샤키' 개인전
2025년 2월 23일까지

와엘 샤키, 러브 스토리, 2024.
와엘 샤키, 러브 스토리, 2024.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와엘 샤키의 개인전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와엘 샤키의 개인전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와엘 샤키 작가가 최근 대구미술관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와엘 샤키 작가가 최근 대구미술관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이집트 출신 작가 와엘 샤키(Wael Shawky·1971~)의 한국 국공립미술관 첫 개인전이 대구미술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와엘 샤키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대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했다. 역사에 대한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최근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이집트 국가관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유목민 사회에서 근대화된 사회로의 전환을 관찰하며 성장했고, 그 배경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됐다고 말한다.

특히 작가는 사회가 역사를 형성하고 전환, 변화함에 있어 신화·설화의 서사적 요소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에 집중한다. 서사에 등장하는 사랑, 초자연적 존재, 신에 대한 믿음 등 무형의 가치나 형이상학적 세계가 우리의 삶과 어떠한 연결성을 갖고 있는 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1전시실에 들어서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신작 영상 '러브 스토리(Love Story·2024)'가 펼쳐진다. '누에 공주'와 '금도끼 은도끼', '토끼의 재판' 등 한국의 구전설화와 전래동화를 판소리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추상적 개념인 사랑을 비롯해 비물질적, 초현실적 세계가 물질적 세계와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또한 쌀 더미, 볏짚으로 만든 대형 설치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는데, 이는 작가가 한국의 서사를 연구하며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라고 느낀 것들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펼쳐보인 것이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와엘 샤키의 개인전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와엘 샤키의 개인전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와엘 샤키의 개인전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와엘 샤키의 개인전 전경. 대구미술관 제공

다음 섹터에서 볼 수 있는 영상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Ⅰ(Al Araba Al Madfuna Ⅰ·2012)'는 상이집트(Upper Egypt)에 위치한 마을 이름을 딴 작품으로, 2000년대 초반 작가가 그 지역을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나일강 풍경으로 시작하는 약 20분 길이의 흑백 영상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문학적 요소를 결합해, 고대 이집트 신화와 현대 이집트 사회를 독창적으로 엮어낸다. 그는 물질적 구원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형이상학적 체계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 지에 대한 관심을 유머와 풍자를 통해 표현한다.

이어 마지막 섹터의 영상 '나는 새로운 신전의 찬가(I An Hymns of the New Temples·2023)'는 고대 이탈리아 도시 폼페이를 배경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와 고대 이집트 종교 간의 연관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그리스, 로마, 이집트 등 다양한 문화가 얽히고 필연적으로 연결된 폼페이를 상상의 공간, 가능성이 열린 공간으로 펼쳐낸다.

전시를 기획한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샤키의 작품들은 역사와 신화 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종교적·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현대적 관점을 독창적으로 제시한다"며 "그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방식을 탐구하며, 이러한 과정이 역사적 현실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분석하고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믿는 '사실'이 결코 하나의 관점으로 정의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053-430-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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