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헌 소지 ‘대통령 거부권 제한법’, 이것을 법이라 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거침이 없다.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는 비판에도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까지 제한하려 한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다. 이런 게 바로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이다.

25일 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에 회부했다.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특검법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법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에 막혀 잇따라 폐기되자 아예 거부권 행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헌법의 내용과 취지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경우' 등으로 기준을 규정했지만 명백한 월권이다. 헌법 위반 여부의 판단 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있다.

대통령 거부권은 1987년 개헌 때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삭제에 따른 행정부의 입법부 견제 기능 약화를 보완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마저 없으면 행정부는 입법부가 만드는 법을 그대로 집행하는 시녀로 전락하게 된다.

헌법에 반하는 법제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조건을 제한한 '계엄법 개정안' 발의도 그렇다. 계엄 선포 전에 국회 동의를 받도록 했다. 국정통제권을 국회가 갖겠다는 것이다. 사법부도 통제하려 한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에 맡기고 수사권은 중수청으로 넘기는 내용의 검찰청 폐지법 등 '검찰 개혁 3법' 당론 발의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편파적인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역시 민주당이 국회를 의회 독재의 도구로 전락시킨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장동 사건 관련자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 등 민주당에 불리해 보이는 증인을 일절 배제하면서 김건희 여사는 증인으로 채택했다. 절망적인 것은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을 반동(反動)으로 매도하고, 내부에서 어떤 자중(自重)의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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