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금(金)배추 파동, 장기적 안목으로 대처해야 한다

배춧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팔리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일부 대형마트에서 시장 조사 가격보다 훨씬 싼 6천~7천원대에 할인 판매하는데 이른바 '배추 오픈런'이 벌어져 오전만 지나면 판매대가 텅 빈다. 24일 경기도 이천시 한 농장에선 알고 지내던 60대 남성과 다투다가 넘어뜨려 숨지게 한 70대 여성이 체포됐는데, 싸운 이유는 바로 배추 때문이었다. 당시 여성은 자신의 배추 10여 포기를 남성이 가져갔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체감 배춧값은 상상 이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 평균값은 9천원 선인데 실제로는 2배 이상 비싸다. aT 조사에는 대형마트 특판(特販) 가격까지 포함돼서다. 배추를 많이 쓰는 식당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 식당 주인은 배추 3포기를 4만5천원에 샀다며 한숨지었다. 밑지고 장사해야 할 판이다.

배춧값 강세는 9월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에다 일부 재배지의 가뭄까지 겹친 탓이다. 같은 이유로 다른 채소류 가격도 급등했다. 시금치, 무, 적상추 등도 평년 대비 40~120% 올랐다. 포장 김치도 품귀(品貴)다. 대기업들은 아예 일부 제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대용량으로 묶어 가격을 대폭 올렸다. 결국 정부는 중국에서 신선 배추를 수입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배추 수입은 올해로 다섯 번째다. 하지만 중국 배추마저 생산에 차질을 빚어 대량 수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다행히 이달 하순부터 배추 출하가 본격화하면 배춧값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고랭지 배추와 달리 가을 배추는 전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채솟값 폭등에 대한 장기적 공급망 구축을 검토해야 할 때다. 기후 변화로 농산물 작황(作況)이 평년 예상치와 크게 다른 상황이 반복돼서다. 2022년에도 여름철 폭염, 폭우와 태풍 때문에 배춧값이 폭등하고 포장 김치가 동났다. 배추 한 포기 2만원을 일시적 현상으로 오판해선 안 된다. 지구 온난화로 올리브, 오렌지 등 전 세계가 천수답(天水畓) 신세인데, 행정마저 그런 대응이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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