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이하 노조법), 일명 '노란봉투법'을 재표결을 통해 부결시켰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사 관계를 건전하게 이끌기보다 회사 경영과 노동 현장을 마비시킬 법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왜 노란봉투법을 막으려 하는지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노조법은 첫째, 노동조합의 가입 요건에서 '근로자'를 삭제했다.(제2조 제4호) 노동조합은 근로자를 주체로 하고,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므로 사업주 또는 외부 세력 등 '근로자 이외의 자'가 가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근로자가 아닌 자가 조합에 가입한다면, 노동조합 목적의 변질은 물론 정치파업 등 근로조건의 향상과는 무관한 쟁의행위가 빈번해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러한 조항은 노동 현장을 혼탁하게 할 '독소조항'이라 부를 만하다.
둘째, 노동조합의 파업 목적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 즉 장래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협상이 아닌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으로 수정되었다.(제2조 제5호)
원칙적으로 근로계약의 해석, 임금의 지급 등 기결정된 근로조건의 해석과 이행은 법원의 권한이나, 이번 개정안은 이를 파업의 목적으로 삼을 여지를 둔 것이다.
또한 부당 해고 등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저항하는 수단으로서 파업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제3조) 마찬가지로 법원을 통해 구제받아야 할 사안을 파업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 조항이 허용되면 회사 경영과 노동 현장을 마비시키는 파업 행위가 지금에 비해 더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파업은 사업장을 멈추고, 근로자도 급여를 받지 못하게 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최소한으로 발생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따라서 법원 또는 노동위원회에서 권리구제가 가능한 사안을 파업으로 해결하겠다는 이번 개정안은 적절하지 않다.
셋째, '불법파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경감'하는 조항을 신설했다.(제3조) 원칙적으로 민법은 공동 불법행위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사업장의 손해를 전부 부담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의 경우' 개별 책임만큼만 손해배상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파업 참가 노동자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겠다는 취지이지만, 일반적으로 불법파업의 경우 파업장 내부의 사정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정안에 따르면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불법파업을 면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불법파업은 '폭력적 수단'이 사용된 경우가 대다수임을 감안할 때 불법파업 근로자들에게 민법상 원칙의 예외를 둬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다만, '노동조합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가진 사업주와의 교섭권을 부여'하는 신설안(제2조 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
기존의 법은 하도급 등 간접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와 직접고용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협상이 어려웠고, 일부 원청은 이를 악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도급 계약 등이 악용되는 사례들을 방지하고자 구체적 단체교섭의 절차, 대상 등 구체적인 사항이 포함된다면, 개정을 논의해 볼 만하다.
노조법은 '노동 헌법'이라 할 만큼 노조 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노동의 기본법이다. 조항의 작은 변경만으로도 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개별 조항별로 그 개정의 필요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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