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 이상 고온에 딸기 모종도 말라 죽었다…고령 딸기 재배농 '한숨'

개진면 최대 피해…전체 재배지 50% 이상 고사
딸기 주산지 쌍림면도 127농가 중 30농가 피해
일부 피해 농가 딸기밭 갈아엎고 대체작목 고려

고령군 개진면 금천지구 딸기 재배 하우스에서 농민 오태재(74) 씨가 고온피해로 말라 죽은 딸기 모종을 만지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동석 기자
고령군 개진면 금천지구 딸기 재배 하우스에서 농민 오태재(74) 씨가 고온피해로 말라 죽은 딸기 모종을 만지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동석 기자

28일 고령군 개진면 금천지구 딸기 재배단지. 한 비닐하우스 내 높게 만든 두둑 위에는 누렇게 말라 죽은 딸기 모종들이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다. 살아 있는 모종들도 힘을 잃은 채 서서히 말라 죽고 있었다. 농민들은 죽어가는 딸기 모종 한 포기라도 살리려고 연일 물을 뿌려보지만 폭염을 감당하기에 역부족했다.

피해 농가들은 말라 죽은 모종을 뽑아내고 추가 모종을 심는 보식(補植)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 농민은 "올해 딸기 하우스 3동에 2만7천 포기 심었는데 모종 고사 피해를 입어 9천 포기를 추가 구입해 심었다"며 "20년 가까이 딸기 재배를 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이상 고온으로 딸기 모종이 대거 말라 죽은 피해는 처음 겪는다"고 혀를 찼다.

유례 없는 가을 더위에 경북 고령군 딸기 재배농가들이 시름에 잠겼다. 지난 9월 초 딸기 모종을 정식(定植, 옮겨심기)한 이후에도 이상 고온이 계속된 탓에 상당수 모종이 말라 죽었기 때문이다. 일부 농가는 딸기밭을 아예 갈아엎고 대체 작목을 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개진면은 고령군에서도 고온 피해가 가장 컸다. 금천지구를 비롯한 전체 딸기 재배 면적 5만2천800㎡(31농가)의 절반 정도에 모종 고사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령 딸기 최대 산지인 쌍림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쌍림면에 따르면 전체 딸기 재배면적 57만㎡(127농가) 가운데 3만㎡(30농가)가 모종 고사 피해가 발생했다. 한 농가는 딸기 재배 하우스 12동을 모두 갈아엎고 대체작목으로 양파 모종을 심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덕곡면, 다산명 등에도 모종 고사 피해가 잇따라 보식작업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가들은 보식을 위한 추가 모종 구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농민은 "전국 각지의 모종상에게 연락하고 있지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설사 있더라도 구입비가 너무 올라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통상 딸기는 4월 초순 씨모종(원묘)을 심고, 9월 초순부터 옮겨심는 정식을 한다. 딸기는 저온작물로 27℃ 이하 기온에서 생육이 잘 되지만 올해는 정식 이후 30도가 넘는 고온이 지속돼 모종 고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딸기 재배농가들은 대부분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피해 농가들은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제대로 보상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농민들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딸기 재배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 당국도 더이상 농가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기후변화에 따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령군도 딸기 모종 고사 피해 파악에 나서고 있다. 아직 피해 신고를 하지 않은 농가들이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지금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고사 피해로 올해 딸기 생산량 감소도 우려된다.

한편 고령군 전체 딸기 재배 면적은 작년 12월 기준 283농가, 146만㎡다. 품종은 대부분 설향(80%)이다. 재배 방식은 주로 하우스 노지 재배를 하고 일부 농가는 고설재배(땅에서 1m 높이 베드에 영양액을 공급하며 재배하는 방식)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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