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이후 중단됐던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 논의가 다시 시작되면서 정부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과 외교 분쟁이 얽혀 있는 만큼 외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한일 두 나라는 39년 만에 대륙붕 7광구(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JDZ) 개발을 위해 마주 앉았으나 이번 회의에선 협정 연장 여부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외교부는 지난 27일 도쿄에서 '양국에 인접한 대륙붕 남부구역 공동개발에 관한 협정'에 따른 제6차 한일 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1985년 열린 5차 회의 이후 약 40년 만에 열린 회의로 협정 종료 통고 기한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열렸다.
이번 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황준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과 윤창현 산업통상자원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이, 일본 측에서는 오코우치 아키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와쿠다 하지메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자원연료부장이 참석했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에서 협정 이행에 관한 사항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고 일본 외무성도 보도 자료를 통해 "이번 회의에서는 본 협정 실시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협의하고 지속해서 쌍방이 긴밀히 의사소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일은 대륙붕 7광구 공동개발과 관련해 1974년 6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을 체결했으나 일본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개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해역에 설정된 개발구역인 7광구는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이 70억톤(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양국 중 한쪽이라도 자원 탐사·채취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개발에 착수할 수 없는 공동개발구역으로, 협정 만료 기한은 2028년 6월이며 종료 통고 기한은 2025년 6월까지다.
39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는 '실무 단계' 협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공동위원회 개최 이후 "협정상 공동위원회는 협정의 '이행'에 관한 문제의 협의 수단"이라며 "협정의 이행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협정의 향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대륙붕 7광구에 대한 정부 대처가 소극적일수록 협정은 종료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외교부 내 TF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국장급 수준에서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부가 더 공격적으로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7광구 일대가 한·중·일 외교 분쟁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해군발전자문위원)는 "한일 관계가 우호적인 국면을 맞이했고 내년 양국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만큼 이 시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협정이 종료되면 중국이 어부지리 격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대처에 나서느냐에 따라 한일 또는 한미일 협력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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