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대륙붕 7광구(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JDZ) 공동개발 시한이 만료되면 '산유국의 꿈'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이 독자 개발을 염두에 두고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거듭 제기되면서다. 최근 일본 내에선 협정을 종료시키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다시 협상을 맺으려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7광구는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해역에 설정된 약 8만2천㎢ 규모의 개발구역이다. 이곳에 막대한 양의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전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1978년 6월 22일 한일 양국은 7광구를 함께 개발하겠다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을 체결했지만, 일본은 1986년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일방적으로 개발을 중단했다.
◆日 비협조적 태도 노골적…내년 6월부터 협정 종료 선언 가능
일본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종료 시한이 가까워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대륙붕 경계를 가르는 기준이 일본에 유리하게 바뀌면서다. 이 때문에 일본이 공동개발에 손을 떼고 협정 종료를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협정이 끝나는 시점(2028년 6월)의 3년 전부터 양측은 협정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협정을 맺을 당시에는 '대륙붕 연장론'에 따라 한국이 7광구의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거리 기준'으로 국제 판례가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 답변 과정에서 "재교섭을 포함해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절히 대응할 생각"이라며 "유엔 해양법 규정이나 국제 판례에 비춰 중간선을 바탕으로 경계를 확정하는 게 공평한 해결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협정) 갱신을 바라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에서 관심이 높다"며 "일본 측은 종료와 재검토를 의미하는 '재교섭'도 언급하고 있다"며 일본 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가 독점 개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부인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협정 연장 불발될 경우 中 개입 국제분쟁 위험
이대로 협정이 종료되면 대륙붕 경계획정에 대해 '거리 원칙'을 우위에 둔 ICJ 판례에 따라 한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ICJ는 1985년 리비아-몰타 대륙붕 분쟁에서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판결을 내놨고,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콜롬비아와 니카라과 사이의 해역을 둘러싼 분쟁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종료되면 7광구는 '경계 미획정 수역'으로 남게 돼 앞으로 양국 간 수역 획정 회담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협정 연장이 불발될 경우 중국이 개입해 국제 분쟁으로 심화될 위험이 있다. 한중일 다자 간 외교분쟁으로 비화돼 7광구 일대가 화약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간 협정 만료 이후 한일 양국 간의 공동개발 협상에 중국이 가세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은 2006년부터 7광구 인근 해역에서 독자적으로 천연가스를 시추·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협정 만료 휴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패싱하고 영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정민정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일본의 종료 통고 이후 한·일 간 대륙붕 경계가 새로운 한·일 어업협정상 경계와 동일하게 선이 그어지고, JDZ의 경계획정 시 중국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만약 협정이 종료된다면 한·일 JDZ 내에서 자원매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2, 4 소구역이 한중일 자원개발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정부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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